실미도부대원은 특수범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 민간인

  • 입력 2006년 7월 13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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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화국 정권이 1980년대 초 학원 내 좌경세력을 척결한다며 벌인 '학원 녹화사업' 과정에서 강제 징집됐던 사람은 총 1152명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제징집자 중 921명과 정상입대자 247명, 민간인 24명 등 총 1192명이 1982년 9월부터 1983년 12월까지 녹화사업에 동원돼 학원 프락치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군 과거사위)는 13일 이런 내용의 강제징집 녹화사업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제징집은 1980년 9월부터 1984년 11월까지 실시됐으며, 80년 77명, 81년 230명, 83년 461명으로 늘다가 84년에 13명으로 급감했다. 서울대가 254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165명), 성균관대(105명), 경북대(37명), 전남대(29명), 강원대(28명) 순이었다.

군 과거사위 관계자는 "강제 징집된 사람 중에는 한쪽 눈의 시력을 상실하거나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학생, 2대 독자, 징집연령이 되지 않은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군 과거사위는 특히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가 강제징집자 등을 프락치 활동에 동원하며 작성토록 한 자필진술서 등 '개인별 심사자료'를 이번 조사에서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는 대학 서클 회원명단과 시위참가 경험 등 프락치 활동사항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군 과거사위는 "녹화사업은 당시 정권차원의 위법행위인 만큼 정부가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피해자들이 민주화운동 관련자 심의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군 과거사위는 이날 '실미도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결과도 발표, 1968년 4월 북파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창설된 실미도 부대에서 4명의 공작원이 적법한 절차 없이 부대 내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인천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던 공작원들은 1971년 8월 기간병을 살해하고 탈출한 뒤 버스를 탈취해 청와대로 향하던 중 군 병력과 대치하다 자폭하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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