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가 북한軍에 우리 안보 맡겼는가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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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장관급회담의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어제 “(북의) 선군이 남측의 안전을 도모해 주고 남측의 광범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본다”고 했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선군(先軍)이란 모든 분야에서 군을 우선시한다는 ‘선군혁명사상’의 줄임말이다. 대남 적화혁명의 전사(戰士)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대가 우리의 안전을 지켜준다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지금이라도 전쟁이 벌어지면 가차 없이 우리의 심장을 겨눌 그들이다.

이런 말을 듣고도 우리 대표단은 자리를 지켰다니 통탄할 일이다.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이런 망언이나 듣자고 북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장관급회담을 열었는가. 선군사상에 따라 만든 것이 핵이고 미사일이다. 그 핵과 미사일로 동족을 위협하면서 ‘남측도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니, 숫제 우리를 희롱하고 있다. 누가 북한군에게 우리 안보를 맡겼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북은 쌀 50만 t과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해 달라고 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도 거듭 요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듯이 행동한다. 이런 꼴을 당하고도 우리가 과연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이 정부는 수모를 수모로 여기지 않는 모습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 추진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일본과는 불필요한 마찰로 한미일 공조를 스스로 흔들고 있다. 북으로선 이런 원군(援軍)도 없을 법하다. 북의 미사일 발사엔 침묵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대해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치고 나온 것도 북을 고무시켰을 것이다. 앞뒤가 바뀌어도 단단히 바뀌었다.

이 정권 사람들은 혹 ‘북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왜 나쁜가,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될 텐데’와 같은 철부지 운동권 학생들의 의식에 아직도 한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청와대 사람들이 “북의 미사일이 누구도 겨냥하지 않았다”고 두둔한 것을 보면 그런 의문을 가질 만도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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