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유족들은 참석도 안했는데…총리실, 요란한 홍보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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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국무총리(오른쪽)가 6일 순직 국군장병 유가족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위로하고 있다. 그러나 초청대상이었던 서해교전 유가족 4명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제공 국무총리실
한명숙 국무총리(오른쪽)가 6일 순직 국군장병 유가족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위로하고 있다. 그러나 초청대상이었던 서해교전 유가족 4명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제공 국무총리실
한명숙 국무총리가 사회 통합이란 명분으로 서해교전 유가족들을 포함한 순직한 국군장병 유가족 25명을 총리공관으로 초청했지만 서해교전 유가족 4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6일 행사에는 다른 사고로 순직한 국군장병의 부인 8명만이 행사에 참석했다.

서해교전 유가족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총리실 안팎에선 말이 많다. 총리실은 지난 주말부터 한 총리가 서해교전 유가족들을 초청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정작 행사 당일에는 참석자 등을 소개하지 않았다. 서해교전 유족들이 불참한 사실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의 확인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서해교전 유가족 4명을 초청했지만 행사 이틀 전에 불참 통보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행사가 비공개 행사였기 때문에 서해교전 유가족 불참에 대한 공개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도 했다.

그러나 서해교전 유가족들의 초청을 두고 총리실의 전후 태도가 사뭇 달라 서해교전 유가족들의 불참 사실을 덮어 두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총리의 서해교전 추모행사 불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언론이 성급하게 비판을 했다. 그 전부터 준비를 해 온 게 있다”며 서해교전 유가족 초청 방침을 처음 언급했다.

다른 총리실 관계자는 “사회 통합을 위한 것으로 한 총리가 최근 국무총리로서 3년 만에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의미도 부여했다.

2002년 6월 29일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우리 해군장병 6명이 숨진 서해교전을 추모하는 행사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4년째 참석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한 총리의 초청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총리실은 서해교전 유가족 4명이 모두 불참한다는 통보를 받은 4일부터 행사 당일까지 불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닌 순수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며 유가족들과의 오찬 자체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한편 서해교전 유가족 중 순직한 한 장병의 부인은 이미 이민을 떠난 상태이며 나머지 유가족들도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은 고맙지만 (사고를) 자꾸 생각나게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우리에겐 상처가 된다”면서 “우리를 가만 좀 놔두라”며 행사 참석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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