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와 당선자의 아름다운 동행

  • 입력 2006년 6월 29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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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56·무소속) 전남 곡성군수 당선자는 5·31지방선거에서 현직 고현석(63·열린우리당) 군수를 78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두 사람은 이번 선거를 포함해 세 차례나 맞붙은 인연이 있다. 조 당선자는 1995년 민선 1기 군수로 당선됐으나 2, 3회 선거에서 고 군수에서 1000여 표 차로 졌다.

10년 이상 라이벌 관계였던 두 사람은 최근 선거 때 앙금을 말끔히 씻었다. 중앙부처를 함께 돌며 예산을 챙기고 행사장에 나란히 참석해 찬사를 받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인수과정에서 인사와 사업방향을 놓고 갈등을 빚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두 사람은 27일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를 찾았다. 곡성 출신 공무원과 오찬을 하고 기획예산처 간부와 저녁을 함께 했다.

조 당선자는 "고 군수가 간부를 일일이 소개해주고 (내가 떠나더라도)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낙선자와 당선자가 함께 부처를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너무 좋아 보인다며 칭찬이 자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14일 산업자원부 주관 '2006지역혁신산업 기반구축사업' 심사가 진행된 서울 교육문화회관과 '평생학습도시' 심사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은 부처를 상대로 사업의 필요성과 사업추진 의지를 전달했다. 그 결과 산자부 사업에 응모한 천적연구센터 등 생물 방제산업이 지역혁신사업으로 선정돼 앞으로 3년간 350억 원을 받게 됐다.

두 사람은 이날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열린 전남농산물전시회 행사에도 참석해 지역농산물을 홍보했다.

30일 퇴임하는 고 군수는 "지역현안인 생물 방제사업을 후임자가 추진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부인과 함께 곡성에 살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고 군수의 부인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화중(61·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씨.

조 당선자는 "함께 서울 출장을 가면서 선거과정의 서운함을 모두 털어내고 우의를 다졌다"며 "전임 군수이자 지역 선배인 고 군수를 모든 행사에 초청하고 고견을 듣는 자리를 자주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곡성=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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