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위기]아소외상 “日에 떨어질땐 공격 간주”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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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부품 발사대 도착→로켓 조립 완성→발사대에 거치→액체연료 주입.’

미국과 일본이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각종 위성 및 정찰기를 통해 확인한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은 주말 동안 극도의 긴장감을 표출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미일의 정보 분석=미사일 연료 주입은 미사일 발사 준비의 최종 단계. 미사일 연료는 휘발성이 매우 강해 한번 주입했다가 다시 빼내는 과정에 폭발 사고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워싱턴 외교가에는 “북한이 발사할 의사도 없이 연료를 주입했을 개연성은 크지 않다”며 ‘발사 임박’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발사 시점에 있어선 북한이 다소 ‘시간 벌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으로선 ‘당장 얻을 게 없는 데다 중국과 한국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발사 이후’보다는 ‘발사 임박’ 상황이 협상력 제고에 더 낫다는 판단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일 강경 대응 천명=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시험발사에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 아래 엄중한 사전 경고를 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이 그 핵무기를 장착한 미사일을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일본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과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대사는 17일 회담을 열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아소 외상은 18일 TV에 출연해 “만약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진다면, 그 경우 공격으로 간주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도 “미사일 발사가 현실화되면 북한을 대우하는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경 대처 실효성 있나=미일 양국의 강경 대응책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와 대북 경제 제재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강경 대처’ 목소리에 비해 실효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우선 안보리 상정은 어떤 실질적 조치를 내놓긴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이 아닌 ‘위성발사체’라고 주장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국 등 다른 국가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에도 의장의 구두 성명에 그쳤다.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아소 외상은 “특정선박입항금지특별법과 개정외환법 등을 발동해 대북 경제 제재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북한에 취할 추가적 제재 방안은 그리 많지 않다. 대니얼 핑크스턴 비확산연구센터(CNS) 동아시아국장은 “그저 미사일방어(MD) 체제 개발과 배치에 주력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한중 압박?=미국의 대응책은 결국 중국과 한국을 통한 ‘우회 압박’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과 한국에 대북 원조 및 교류를 중단하라고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이 손을 써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발사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사 유예를 주문하도록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내에선 북한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북-미 간 포괄적 협상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이 ‘페리 프로세스’를 가동해 북-미 간 미사일 협상이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간 바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정부, 中-러에 北만류 당부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남북 관계, 한미 한일 관계 등에 미칠 파장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국제 여론으로 볼 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북(對北)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판단이다.

그러나 대북 제재의 수위에 대해서는 미국 및 일본과 견해차가 있는 듯하다. 민간 분야까지 포함한 전면적인 대북 제재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비료 제공 등 대북 경제 지원을 비롯해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은 제재가 불가피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은 민간 차원의 경제협력 사업이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와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미국 및 일본과 한국 정부 간의 갈등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양국은 개성공단 사업 등도 실질적으로 한국 정부의 지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정부 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일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경우 한미일 3각 공조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남한 내에서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북 정책의 속도 조절 문제를 놓고 의견이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 강경그룹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규모 대북 지원을 통해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겠다는 구상을 피력했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대북 제재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최선의 해법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남북 채널을 통해 북측에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해 미사일 발사를 만류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는 미사일 발사가 대내외적으로 북한에 상당히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1998년 미사일발사 상황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금부터 7년 10개월 전이다. 당시 미국은 8월 초부터 군사 첩보위성을 통해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탐지하고 외교 경로를 통해 북측에 발사 중단을 촉구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1998년 당시 북-미 간에는 북한의 미사일 수출 문제를 둘러싼 회담이 진행 중이었다. 북한과 일본 간에는 국교정상화 문제가 논의되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 발사를 각각 ‘대미 협상용’과 ‘국교정상화 거부’로 받아들였다.

남북 간에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6월 동해안에 북한 잠수정이 침투한 사실이 드러난 뒤 긴장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미사일 발사 직후 최고인민회의가 열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재추대되면서 김정일 정권이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정권 출범을 계기로 한국 미국 일본과의 갈등을 일부러 고조시키면서 내부 결속을 꾀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1998년엔 경제만 어려웠지만 지금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및 인권문제 제기로 경제와 정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내부의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1998년 당시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지 4일이 지나 “탄도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발사체였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이 틀림없다”고 반박했으나 나중에 “인공위성 발사체가 맞지만 지구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탄 개발을 위한 발사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에도 북한이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위성발사체(SLV·Space Launch Vehicle)를 쏘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탄도미사일과 SLV는 로켓추진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본 원리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로켓추진체에 탄두와 위성체 중 어떤 것을 올려놓느냐만 다르다는 것. 다만 SLV는 대기권을 벗어나 지구궤도에 머물지만 탄도미사일은 지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대기권에 다시 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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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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