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風, 태풍으로…朴대표 선거뒤 대권주자 경쟁서 유리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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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 놓고도 왠지 불안해.”

31일 저녁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통해 압승을 확인한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2002년 6·13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지사 중 11석을 석권하고도 불과 6개월 뒤 대선에서 진 ‘악몽’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던 것.

이날 오후 8시 반경 당사를 찾은 박근혜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결과가 다 나온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끝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권주자들부터 이번 지방선거 압승이 당의 자만을 불러 결과적으로 대선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당내의 이 같은 경계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다.

박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사람은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당직에서 물러나도록 돼 있는 당헌·당규에 따라 이달 18일 이전에 당대표 직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 자체가 ‘대권 선언’이지만 박 대표는 공개적인 대권행보는 자제할 계획이다. 그는 피습사건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는 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그 점이 이명박 서울시장 등 여타 주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 시장은 30일 임기만료와 함께 서울 종로나 광화문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정치행보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손학규 경기지사도 이달 말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전국 투어에 나서는 등 대권주자 행보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들 대권주자군의 세 경쟁은 박 대표 사퇴에 따라 7월 10일 전후에 열리게 될 전당대회에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원내대표, 영남권과 보수성향 중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희태 의원 등이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친(親) 박 대표 성향의 김무성 의원도 도전의사를 비쳤고 당내 소장 개혁그룹도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을 영입하거나 손학규 지사를 미는 방안과 함께 여의치 않으면 독자후보를 내는 방법으로 지도부에 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당권주자와 박 대표 및 이 시장 측 간에 다양한 형태의 제휴와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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