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후보공약 FINE지표 심층분석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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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박맹우(朴孟雨)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 노옥희(盧玉姬) 후보와 열린우리당 심규명(沈揆明) 후보가 각기 10%대의 지지율로 힘겹게 쫓아가는 양상이다. 박 후보의 승리 여부보다 민노당의 첫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인 노 후보가 얼마나 득표할지, 바짝 뒤를 쫓고 있는 심 후보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지가 오히려 관심사다. 본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吳然天 서울대 교수)는 19일 이들 세 후보의 3대 공약을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FINE 기법에 근거해 평가했다. 박 후보의 공약들은 실현성과 반응성에서 호평을 받았다. 노 후보는 여성 관련 민생 공약으로 무난한 점수를 받았다. 심 후보는 주요 공약 3개의 ‘실현성’ 부분이 모두 상대적으로 낮았다.》

▼심후보 “친환경 건강도시 만들겠다”▼

심규명 후보는 이렇다 할 공직 경험이 없고, 지난달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기 전까지 정치경험도 없었다. 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중 가장 젊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심 후보 측은 “심 후보만큼 출마 지역에서 꾸준히 외길을 걸은 여당 후보가 있느냐”고 반박한다. 울산 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단체에서 오래 활동했다. 1996년 울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 초기부터 여성과 장애인 문제를 다뤘으며, 그 자신이 어렸을 때 작두를 가지고 놀다 손가락이 잘려 병역을 면제받은 ‘장애인’이다.

심 후보 측은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반바지 차림으로 울산 시내에서 10km 안팎을 달리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시장 후보로 확정된 지난달 20일부터 선거일인 31일까지 도합 365km를 달리는 것이 목표. 그는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4번 완주한 경험이 있다.

미니 홈페이지에서 심 후보는 자신을 ‘심샘’에 비유했다. 벗겨진 머리와 둥그런 얼굴, 안경을 착용한 외모가 ‘떴다 김샘’으로 유명한 모 개그맨을 닮았기 때문. 실제 성격도 소탈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친환경적 쾌적한 건강도시 건설’ 공약은 특히 주민 요구에 잘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재원조달방안 등에서 구체적인 수치 제시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고, 투입 노력 대비 효과를 따지는 효율성도 평가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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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후보 “장애인 운동부 창단-콜택시 운영”▼

박맹우 후보의 이력서에는 ‘행정’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다.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통 행정 관료다.

함께 일해 본 공무원들은 그를 “똑똑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한 달 전 약식 보고 받은 내용을 기억하며 “그때 들은 내용과 다르다”고 지적해 담당자를 쩔쩔매게 한 일이 많다고 한다.

청년 시절엔 방황을 겪기도 했다. 명문고였던 부산 경남고에 입학했으나 성적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1년을 휴학했을 만큼 학교를 겉돌았다. 대학은 군대를 다녀온 뒤 26세가 돼서야 입학했다. 박 시장은 “좌절을 극복하는 법은 배웠지만 그 시절은 인생의 암흑기였다”고 회고한다.

박 후보의 선거 캠프는 자신감에 차 있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지난 4년간 울산시장으로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업적을 쌓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후보 측은 시장 재임 기간 5조2000억 원대의 사업 투자 유치, 2조 원대의 외자 유치, 제조업체 680개 유치 등의 수치를 제시한다. 강 오염의 대명사로 악명 높았던 태화강의 수질을 개선해 연어가 돌아오게 만든 ‘에코폴리스’ 정책도 공적으로 꼽는다. 업무 연장선상 차원에서 내놓은 ‘생태하천 정화사업’ 공약은 실현성, 반응성, 효율성에서 두루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장애인 운동부 창단 및 콜택시 운영은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효율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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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노후보 “보육시설-산후조리 지원 확대”▼

지난달 열린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에서 노옥희 후보가 선출된 것은 이변이었다.

울산 진보정치권의 ‘거물’인 김창현(金昌鉉) 전 당 사무총장을 제쳤기 때문. 민노당의 첫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의 탄생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옥이 이모’라고 부른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친근함이 남다르다는 얘기다.

울산 현대공고(현 현대정보과학고) 교사이던 1986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했다가 해직된 뒤 교육과 노동운동을 병행했다. 노 후보는 “울산의 고교 평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실현시킨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노 후보는 ‘노동자의 도시’라는 울산에서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패배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당의 영향력을 되살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박맹우 현 시장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차가 크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구속 이후 지역 경제에 대한 위기감도 민노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힘겨운 싸움이다. 그는 운동화에 바지 차림으로 공단 구석구석을 돌면서 “박 시장의 굵직한 사업들이 가진 자들의 배만 불렸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국공립 보육시설과 아동 무상교육, 산후조리 서비스의 확충 공약은 실현성과 반응성에서 고르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효율성은 다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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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후보 약력▼

심규명(열린우리당) ▽출생지(나이)=울산(41세) ▽학력=고려대 법학과, 울산대 행정학석사 ▽경력=사법시험 35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변호사, 열린우리당 중앙당 인권특위 위원장 ▽재산=10억5922만 원 ▽병역=면제(손가락 장애)

박맹우(한나라당) ▽출생지(나이)=울산(56세) ▽학력=국민대 행정학과, 동의대 행정학박사 ▽경력=행정고시 25회, 경남도 기획관, 경남 함안군수, 내무부 규제완화대책관, 현 울산시장 ▽재산=1억8310만 원 ▽병역=육군 병장

노옥희(민주노동당) ▽출생지(나이)=경남 김해(48세) ▽학력=부산대 수학과 ▽경력=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울산지부장, 고교평준화실현시민연대회의 공동의장, 울산시 교육위원, 학교급식 울산연대 공동위원장 ▽재산=8억3062만 원 ▽병역=해당 없음(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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