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대통령은 이제 잘 주무실까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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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요즘 경제 걱정에 통 잠을 못 잔다니.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측이 지난달 말 여야 원내대표 조찬 간담회를 마치고 전한 말이니 틀릴 리 없다. “최근 환율, 유가 요인이 겹쳐서 부동산까지 기조가 흔들리면 경제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는 거다.

지난해 여름 “경제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와 제도가 마련돼 큰 위기 요인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던 대통령이다. 올해 신년 회견에선 “환율, 유가 등 불안 요인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라며 경제는 분명 회복세라고 했다.

‘2대 공적(公敵)’ 중 집값을 잡겠다는 3·30 부동산대책 법안도 통과됐다. 지난해보다 다섯 배 늘어난 16만 가구에 ‘세금 폭탄’을 때리고 아직 안 생긴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해 양극화 해소하는 일만 남았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거래가 끊겨 엉뚱한 아파트까지 값이 오르지만, 엉뚱한 이들이 잠을 못 자도 할 수 없다. 드디어 노 대통령은 마음 놓고 주무시는가.

만약 대통령이 그래도 잠 못 이룬다면, 부동산대책으로 못 풀고 국민에게도 알리지 못한 걱정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외신이 전하는 한국 경제는 ‘반석 위’와 거리가 멀다.

투자 위험 분석기관인 콘도자문의 제프라임 군지크 회장은 최근 아시아타임스에 “한국의 허약한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썼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로 주저앉은 것보다 설비 투자와 기업 이익 감소, 수출 채산성 악화가 더 심각하다며 “북한 핵 위기까지 닥친다면 급격한 자산 조정(사실은 폭락)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소비 증가를 통한 경제 회복세를 전망했으나 이머징 마켓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퍼 링글 씨는 “인위적 저금리와 정부 지출로 조작된 수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내수 증가는 가계 빚 덕분”이라며 투자 감소가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추이도 밝지 않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달 “달러는 한국의 원화,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와 교환할 때 더 떨어져야 한다” 는 성명을 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 가치 하락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우리 수출경쟁력은 나빠질 우려가 크다. 유가는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데 우리는 고(高)유가 피해 정도가 큰 나라에 속한다. 여기에 반(反)외국자본 정서와 규제법까지 겹쳐 외국인투자 유치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렇게까지 된 근본적 이유는 노 대통령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에 있다. 뉴스위크는 그래서 한국이 뒷걸음질치고 세계에서 고립된다고 걱정하는 시민이 늘었다고 했다. 이들 외신 내용이 ‘혹세무민(惑世誣民) 보도’가 아니라면, 이제는 대통령 말고 온 국민이 잠을 못 잘 판이다.

대통령 개인의 정치 이념과 도덕적 신념도 좋지만 이 때문에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순 없다. 노 대통령이 강조했듯, 시장이 아무리 힘세다고 해도 정부는 더 강하고 중요하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택하는지에 따라 나라 경제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내외적 리스크를 크게도, 작게도 할 수 있는 것이 리더십이다.

노 대통령이 진정 우국충정에 잠을 못 이뤘다면 이제라도 정책 노선을 바꿔야 한다. IMF는 1일 아시아경제의 견조한 성장을 예상하면서도 리스크를 피하려면 균형 있는 재정 통화정책과 민간투자 활성화에 힘쓰라고 권고했다. 신문 악법(惡法)에 시달리는 ‘일부 신문’이 3년간 외쳐 온 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보거나 말거나, 2일자 국정브리핑엔 ‘수출·내수 쌍끌이로 윗목까지 온기가 확산’이라는 기사가 올라 있다. 제발 그리만 돼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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