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부산시장 후보, 2년만의 리턴매치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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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로 허남식(許南植) 현 시장이 선출됐다. 허 후보는 2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에서 총유효투표 4733표(여론조사 결과를 환산한 표 포함) 중 65.7%인 3080표를 얻어 1653표를 얻은 권철현(權哲賢) 의원을 눌렀다. 열린우리당에선 오거돈(吳巨敦) 전 해양수산부 장관, 민주노동당에선 김석준(金錫俊) 부산대 교수가 출마한다. 오 후보와 허 후보는 2004년 6월 시장보궐선거에 이어 재대결하게 됐다.》

▼열린우리당 오거돈 “재수생 恨 풀겠다”▼

“부산에서 20년 동안 집권한 한나라당, 이번엔 바꿔야 합니다. 경쟁도 없고 비판도 없으니까 경제가 침체됐습니다. 한국 제2의 도시가 변방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듭니다.”

오 후보는 2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민주노동당 등에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최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공직자의 본분과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버리고 무조건 이기고 보겠다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양부 장관 재직 시절인 2월 부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엄중경고를 받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한나라당 허 후보에게 15%포인트가량 뒤져 있다. 정당 지지도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25%포인트까지 뒤진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셈.

오 후보 측은 “당을 배제하고 인물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오히려 부산 정서와 배치된다. 열린우리당을 당당하게 내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 후보에 대해 “착실한 분이지만 실무관리형이다. 침체된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돌파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또 허 후보 부인의 관용차 사용 논란 등을 거론하며 “시세(市稅)를 정당히 집행하려면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 공약은 ‘항만 발전 프로젝트’다. 강서구 일대 신항만이 완공되면 기존 도심에 있는 북항을 복합 관광·업무단지로 재개발하겠다는 것. 북항 일대 100만 평에 금융 숙박 위락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면 중구 동구 일대 구도심이 재도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 후보는 장관 시절 자신이 ‘말을 더듬는’ 장애를 갖고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말은 더듬지만 양심은 더듬지 않겠다. 오히려 서민과 약자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한나라당 허남식 “재선 꿈 이루겠다”▼

“부산 발전을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를 하겠습니다. 내년 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해 부산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당선 확정 발표와 함께 단상에 오른 한나라당 허 후보의 일성(一聲)이다. 그는 “부산을 한국 제2도시에서 나아가 동북아 중심도시,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2004년 6월 안상영(安相英) 전 시장의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지난해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시장으로서 나름대로 실적을 쌓았다. 하지만 재선의 1차 관문을 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당내 경쟁자인 권 의원의 추격이 거셌다. 경선 과정에서 ‘부인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사택에서 시청 일용직 가사도우미를 썼다’ 등 악재가 터져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허 후보는 “관행이긴 했지만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허 후보는 1976년 행정고시 19회에 합격한 뒤 줄곧 부산에서 공직 생활을 해 온 토박이 공무원이다. 부산시청에선 ‘터줏대감’으로 불리고 일처리가 유연하다는 뜻에서 ‘고무 허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중앙 정치무대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를 의식해 그는 후보연설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정권 심판의 장”이라며 “시장의 정치력은 통합의 정치력이다. 정치력은 행정 능력을 갖췄을 때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오 후보에 대해 그는 “행정 능력을 갖췄지만 부산 시민들은 시정의 연속과 안정을 원하고 있다”며 비교 우위를 주장했다.

그는 2010년까지 산업용지 440만 평을 조성하고 일자리를 4만 개 창출하겠다고 했다. 외자 20억 달러를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1000개 선도 기업도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노당 김석준 후보 “서민행복 특별시로”▼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인 김석준(49·사진) 부산시당 위원장은 부산을 ‘서민행복 특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젊은이를 채용하는 부산의 중소기업에 월 40만 원의 채용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왔으며 부산대 사회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부산 금정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는 “부산을 서민이 잘사는 도시로 만들겠다. 부산에서 진보정당이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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