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訪中이후 구상’ 부동산개혁에 초점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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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광저우 시내의 음악학원을 찾은 모습(가운데). 북한은 최근 부동산 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혁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올해 1월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광저우 시내의 음악학원을 찾은 모습(가운데). 북한은 최근 부동산 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혁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유지 山 개인임대 아파트 거래도 인정

북한이 최근 부동산 개혁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경제개혁 조치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올 1월 중국을 방문한 이후 북한이 모종의 개혁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지만 이번 개혁 조치들은 ‘부동산 개념 도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 부동산 개념을 도입한다

정통한 북한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조치는 국유지인 산을 내·외국인들에게 돈을 받고 장기임대해 주고 국유지를 사용하고 있는 공장, 기업소(기업)들에 면적에 따른 토지사용세를 부과한다는 내용들이다. 이와 함께 △도로 개설 및 장기운영권을 국내외 기업 또는 개인에게 부여하고 △기업 또는 개인이 개발 분양한 신규 아파트에 대해 사용 및 판매권을 인정해 주는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12일 “새 조치들은 수개월 내에 내각의 지시 형태로 시행될 것”이며 “북한 당국은 4일부터 닷새 동안 각 직할시와 도청 소재지에서 생산단위 실무책임자 회의를 열고 새로 발표될 부동산 정책을 학습시켰다”고 말했다. 첫날 회의에서는 각 공장, 기업소 땅 면적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통보됐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격인 각급 인민위원회에 ‘부동산개발과’라는 부서가 신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주민들에게 생소한 부동산이라는 개념을 국가기관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 7·1조치의 연장

이번 조치는 북한이 2002년 7월 1일에 발표했던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즉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음성적으로 관행화된 거래를 현실화하고, 물량 통제에서 세금에 의한 통제로 전환해 중앙정부의 경제 장악 능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북한대학원대 양문수(梁文秀) 교수는 “북한은 이전부터 국영상점매점 등을 개인에게 임대형식으로 팔았다”며 “이번 조치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 대상이 국유지인 산으로 확대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국가 소유지인 산의 임대권을 판매하는 것은 파산 지경인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또 식량난과 연료난 때문에 무분별하게 도벌되고 산불로 황폐화된 산지를 보호하는 데는 개인에게 임대하는 방식이 더 낫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린 듯하다.

북한의 도로개설권 및 운영권 판매는 북한 국내보다는 중국 자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에는 도로를 개설해 수십 년간 운영할 만한 재력을 지닌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 자본의 자국 투자를 위한 모종의 협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조치는 중국이 북한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 주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사용 및 판매권 인정도 이미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주택 거래를 합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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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해소 목적… 시장개혁의지로 보기엔 무리

북한이 부동산과 관련된 새로운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이를 북한의 시장개혁 의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취한 개혁조치들은 중국처럼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경제 도입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배급제를 재개한 것만 보아도 북한이 아직 사회주의 시스템 유지에 상당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개혁이 중국식 개혁과정과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동 팀장은 “북한은 중국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썼던 모델 중 필요한 것들만 부분적으로 갖다 쓰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개혁 속도의 완급 조절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례로 중국에서는 사라진 협동농장을 그대로 둔 채 이번에 실시하는 주택 사용 및 판매권 허용과 같이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도입한 지 10년 뒤에나 도입한 제도를 과감하게 포함시키고 있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조치는 적극적인 의지의 산물은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고 결과적으로 ‘자연발생적인 시장화 과정’을 더욱 앞당기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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