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李총리 거취는]4차례나 고개숙인 사연 뭘까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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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골프’ 파문과 관련해 진퇴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 총리는 11, 12일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칩거하다시피 했다. 이훈구 기자
‘3·1절 골프’ 파문과 관련해 진퇴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 총리는 11, 12일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칩거하다시피 했다. 이훈구 기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13일 3·1절 골프 파문에 대해 또다시 국민에게 사과했다. 골프 파문과 관련해 4번째 사과다. 좀처럼 사과를 하지 않는 이 총리의 성격으로 볼 때 이런 거듭된 사과는 ‘뭔가 말 못할 곡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낳는다.

▽이례적인 4차례 사과=이 총리는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에게 미안하고, 열심히 일하는 간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3·1절 골프의 동반자들이 불법 대선자금 제공 등의 전력이 있는 기업인들이었다는 본보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5일 이 총리는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른 6일 청와대로 찾아가 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7일에는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 이 총리의 언행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비판론이 제기됐지만 이 총리는 선선히 사과한 일이 거의 없다. 2004년 10월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언급해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았지만 10여 일이 넘도록 버티다가 마지못해 ‘사의(謝意)’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사과했다. 지난해 7월 남부지방 집중호우 때 제주에서 골프를 쳐 물의가 일었지만 별다른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4차례나 사과를 했다. 이 총리 스스로 부적절한 인사들과의 만남과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대통령 면담에서 무슨 말을”=14일로 예정된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두고 있는 이 총리의 생각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는 게 총리실 측근들의 설명이다. 사퇴가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의견 표명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취지다.

이 총리의 청와대 면담 일정은 당초 대통령의 국내 부재 중 사항에 대한 상황 보고를 위해 마련된 자리. 그러나 대통령을 만나면 최대 정국 현안인 자신의 진퇴에 대한 의사를 전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심 대목은 이 총리가 과연 사퇴 의사를 확실하게 표명할지, 표명한다면 어떤 식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느냐다. 13일 이 총리가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발언은 ‘자진사퇴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를 실어 주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열심히 일해 온 간부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 해도 차질 없이 국정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관리해 달라”고 말했다. 총리실 측은 ‘의례적인 언급’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사퇴를 염두에 둔 ‘고별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루 만에 변한 총리실 분위기=여당 등으로부터 제기되는 전방위 사퇴 압박에 더 버틸 수는 없는 만큼 일단 사퇴 의사 표명은 불가피하다는 게 총리실의 분위기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끝나지 않겠느냐”며 이번 주 안에 이 총리의 사퇴문제가 결말이 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제 나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이는 전날까지만 해도 “골프 모임 자체만으로 총리가 물러날 이유가 없다”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발언이 주류를 이뤘던 것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그러나 총리실 측은 “최종 결정은 이 총리 자신이 하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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