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 유엔사무총장 출마 선언

  • 입력 2006년 2월 14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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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潘基文·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차기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한다.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은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내외신 기자 브리핑을 갖고 반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반 장관은 이날 오후 주례 브리핑에서 출마 소회 등을 밝힐 예정이다.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이 2001~2002년 유엔총회 의장을 겸임한 적은 있으나 국내 인사가 유엔의 중요 직책에 출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사무총장 선출 시기는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지만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가 올 연말까지여서 그 이전에 후임자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반 장관의 총장 선출 가능성은 50대 50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해 10월 관련부처 협의를 통해 반 장관을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내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으나 그 사실이 조기에 외부로 공개되는 것 자체가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 조용하게 물밑 작업을 해왔다.

유엔사무총장의 경우 지역순환 원칙이 암묵적으로 적용돼왔고 그에 따라 현재의 코피 아난 사무총장 후임으로 아시아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40년에 가까운 전문 외교관 경력의 반 장관을 후보로 내달라고 우리나라에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최근 유엔 가입국 외교장관들에게 반 장관의 사무총장 출마 사실을 공식적으로 통보했으며 북한에도 요로를 통해 알렸다.

유엔사무총장은 안보리가 추천한 후보를 총회가 추인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되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P-5) 가운데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후보군에서 탈락한다.

안보리는 비공개회의에서 스트로 폴(straw poll : 비밀투표의 일종으로 모자 속에 투표지를 넣는 방식의 선출 방법)로 최다 득표 후보를 선발해 최종 후보를 선택해 이를 총회에 넘기며 여기에서는 대개 박수로 결정되는 게 관례이다.

유엔헌장 97조에 사무총장은 사무국의 수석행정관(chief administrative officer)으로 규정돼 있으며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의 모든 회의에 참석해 국제 현안에 대한 협의와 권고, 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 및 중재역할을 하게 된다.

유엔사무총장은 업무수행 시 어떤 정부나 국제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지시도 받지 않는 국제공무원으로 정부 수반급의 예우를 받게 된다.

반 장관에 앞서 이미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태국 부총리와 스리랑카의 자얀티 다나팔라 전 유엔사무차장 등이 유엔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이 밖에 아시아권 인사로 동티모르의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무장관, 싱가포르의 고촉동(吳作棟) 전 총리, 요르단의 제이드 후세인 왕자, 터키의 케말 데르비스 전재무장관, 유엔 홍보국을 이끌고 있는 인도의 작가 샤시 타루르 등도 각국 언론에 의해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비(非) 아시아권에서는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라이베르가 대통령,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 등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 장관은 1970년 제3회 외무고시 합격했으며, 외교부에 들어온 이후 유엔과장, 미주국장, 외교정책실장,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주 오스트리아 대사 겸 주 비엔나 국제기구대표부 대사, 외교차관 등을 거쳤다.

특히 반 장관은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당시 9·11사건 직후 유엔 차원의 테러리즘 대응 조치와 이와 관련된 이견 조율 업무를 수행하는 등 유엔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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