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올해 4월 1차 개방을 앞둔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구간의 북악산 시범 답사 길에 올라 촛대바위에 도착한 뒤 남산 쪽을 내려다보면서 함께 등반한 시민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악산에 올라 서울 시내 경관을 혼자 보기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 다함께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경비를 맡는 군부대와 문화재청 등 관련 부처에 얘기해 개방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성벽은 서울의 역사를 실감나게 상징하고 있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면 경복궁이 참 좋다"고 말하고 "용산 미군기지가 남쪽으로 내려가고 90만평이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 그 곳을 녹지와 문화 공간으로 가꾸면서 남산에서 용산, 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와 문화 공간으로 복원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외국군이 주둔했던 것도 역사고, 돌려받은 것도 역사다"고 전제하고 "그런 역사의 상징물이 만들어지면서 서울 시민 누구나 지하철 표 한 장 사들고, 가볍게 나가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난한 연인들도 하루 보내기 어렵지 않은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울을 역사와 문화, 숲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면 서울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행정도시가 생기면 서울시민들이 섭섭할 수 있겠지만 서울에 너무 집중되면 시민들이 불편해지고 시샘도 생긴다"며 "돈과 권력, 정보가 한군데 집중되면 거대한 권력이 발생하고 그것이 우리 모두를 어렵게 하는 갈등과 문제를 만들어 낸다. 심하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인 이어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 과반수고 서울 출신 국회의원이 과반수라면 서울시민이 싫어하는 어떤 결정도 이뤄질 수 없다. 서울시민이 좋아하는 것은 지방의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무엇이든 관철되는 그런 국가가 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전 국토가 조금씩 나눠서 발언권이 비슷한 국토에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공동체로 발전할 것"이라며 "농촌은 새로운 공동체로, 바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나중에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공동체로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어릴 때처럼, 아이들이 할아버지 집에 찾아가서 뛰어놀 수 있는 농촌과 자연의 추억을 가질 수 있는 국토로 재편성할 것"이라며 "어느 쪽으로 가든, 서울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토박이협회 이사 김영성 씨는 "토박이로 살면서 40년 가까이 개방되지 않았던 북악산과 숙정문을 개방하게 한 대통령께 감사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손잡고 올라와보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내년 10월까지 3차에 걸쳐 완전 개방이 추진되고 있는 북악산 개방은 올해 4월 청와대 뒤쪽인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로 이어지는 1.1㎞ 구간이 1차로 시민들에게 등산로로 개방된다.
북악산은 1968년 무장공비가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한 1·21 사태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인 출입이 완전 통제돼왔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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