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청문회 ‘민간인 린치 사건’ 증인채택 무산

  • 입력 2006년 2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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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이 무산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유 내정자가 연루된 ‘서울대 민간인 린치 사건’의 피해자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사건은 1984년 서울대 학생들이 다른 대학 학생 등 4명을 정보기관원으로 오인해 10일 동안 감금하고 폭행한 사건이다. 유 내정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증인채택건은 2일 저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표결에서 증인채택안이 10 대 9로 부결됐다. 찬성(한나라당과 민주당)과 반대(열린우리당)가 9 대 9로 팽팽히 갈린 상태에서 민주노동당 현애자(玄愛子) 의원이 반대편에 손을 들었다.

국회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가 아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 채택이 부결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한나라당 박재완(朴宰完) 의원은 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철저한 인사 검증을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도 “인사청문회는 여야를 떠나서 입법부의 권한으로 장관의 적격 여부를 가리는 자리인데, 이를 위한 증인 신청을 여당과 일부 야당이 합세해서 부결시키면 의회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증인 채택에 반대한 이유로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에 대해 다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20년도 더 지난 과거 사건의 피해자까지 청문회에 세울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미국의 경우 학창시절 등록금 미납 사실이 공직자 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져 사퇴한 사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이들 피해자의 증언을 청문회장에서 들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강구 중이다. 피해자들도 청문회장에서 진술할 의향이 있음을 밝힌 상태다.

柳내정자 “청문회 잘 부탁합니다” 野의원에 전화

한편 유 내정자는 2일 국회 청문위원회 위원이자 자신의 대학 학과(서울대 경제학) 선배인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에서 회심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데 좀 긴장이 된다. 선배님만 믿는다. 잘 좀 부탁한다”고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특히 한나라당에 대한 독설로 유명한 유 내정자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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