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MD 차단 훈련 부분 참여 결정

  • 입력 2006년 1월 24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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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과 관련해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또 WMD 역내외 차단 훈련에 참관단을 파견하고 PSI 활동 전반과 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청취하는 등 부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가 그동안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참가를 유보해 왔던 PSI훈련에 부분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남북간에는 미묘한 긴장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요청한 PSI 8개 협력 방안 중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5개 항목에 대한 협조방침을 지난 달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24일 밝혔다.

미국이 요청한 8개 협력 방안 중 정부가 협조하기로 것은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 포함 △PSI 활동전반에 대한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에 관한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 참관 △역외 차단훈련 참관 등 5가지다.

미국 측 요구중 제외된 3가지 항목은 △PSI 정식참여 △역내 차단훈련 시 물적 지원 △역외 차단훈련 시 물적 지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부분과 관련, "전시를 가정하는 한미 군사훈련과 평시를 상정하는 PSI는 서로 다른 개념"이라며 "따라서 PSI의 일환인 WMD 차단 훈련을 한미 합동훈련에서 어떻게 운용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군사 당국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MD 차단훈련과 관련한 한미간 군사훈련은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이나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UFL 연습 자체를 비난해온 만큼 한미 군사훈련에서 WMD 차단훈련까지 포함시키기로 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당국자는 '정부가 PSI 참여 방침으로 선회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가 PSI에 완전 참가하는 것은 아니며 업저버로 참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당국자는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 10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미국에 통보했다"며 "PSI 협력의 일환으로 4월 5,6일 호주에서 개최되는 공중차단 훈련에 정부 참관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브리핑에서 "PSI의 목적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협력여부 및 범위는 사안별로 검토할 것"이라며 "PSI 정식 참가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업저버로 참가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부분 협력 결정이) 북핵 6자회담 진행과정에서 어느 정도 민감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 점과 WMD확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잘 조화하는 취지에서 사안별로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가 PSI 훈련에 사안별로 협력키로 방침을 정한데 대해 군 관계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보이고 있다.

PSI훈련 자체가 북한의 핵물질,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이 테러지원국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목적에서 출발했던 만큼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참여를 보류했던 방침이 갑자기 변경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의 연합연습 및 훈련담당 부서 핵심 관계자들이 이런 방침이 정해진 것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어 정부와 군의 입장에 '괴리감'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군내부에서는 2004년 7월 이후 군사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훈련에 참여키로 한 것은 연합작전 능력을 배가하는 소득이 있을지언정 남북간 군사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SI란?

육상·해상·공중에서 핵·생화학 무기·미사일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관련 물질 및 부품을 불법 수송하는 선박·차량·항공기에 대하여 검문·검색을 통해 차단하자는 구상이다.

PSI는 그 개념 자체가 북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미국은 정부에 PSI 참가를 요구해 왔으나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들어 불참했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PSI 해상훈련은 13여회가 열렸다. 2004년 10월에는 일본 도쿄만에서, 2005년 8월 15일에는 싱가포르만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2005년 훈련 직후 미국은 우리 정부에 다시 공식적으로 PSI 참여를 요청했다.

미국은 PSI로 인해 불법무기 수출 길이 막혀 외화 수입이 크게 준 북한이 최근 마약 밀매와 위폐·위조담배·위조비아그라 제조 등 불법행위를 통해 외화 획득을 시도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했다고 보고 이에 따라 PSI 개념을 변환 또는 확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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