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라도 아버지 생일상을 차려줬으면…"

  • 입력 2005년 10월 19일 16시 55분


코멘트
"18년 동안 남북한 체제경쟁 속에서 간첩이란 누명을 써야했던 제 아버지가 생일만큼은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시기를 눈물을 머금고 간절히 바랍니다."

1987년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崔宗錫·60) 씨의 딸인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崔祐英·35) 회장은 19일 한 일간지 광고를 통해 아버지 회갑(26일)을 앞두고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1999년 아버지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 2000년 6월부터 납북자 가족협의회의 회장을 맡아 납북자 송환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 씨는 이 편지에서 "김일성 주석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기념사업을 하고 계실 만큼 효자인 김 위원장은 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서 "이미 일본인 납북자들의 아픔을 충분히 이해하고 귀국시켜준 것처럼 한국의 납북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미전향 장기수 송환을 위한 북한의 끈질긴 노력을 보면 제가 북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아버지를 모셔왔을 것이라는 부러움을 숨길 수 없다"며 납북자 송환 문제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씨는 "26일은 아버지의 회갑으로 북한에서라도 아버지의 생신상을 차려주면 고맙겠다"면서 "진정한 통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제 아버지와 같은 분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꿈에서조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사랑하는 아버지의 환갑을 앞두고 정성껏 차린 밥상 한 번 올리지 못한 불효된 마음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편지를 끝맺었다.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