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선화 거장’ 김기만 화백 유작 인터넷 경매에 등장

  • 입력 2005년 9월 21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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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기만 화백의 '석류'
고 김기만 화백의 '석류'
지난해 작고한 김기만(75) 화백과 천재소녀 화가로 이름을 떨친 오은별(24) 씨 등 북한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이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인터넷 경매에 등장해 화제다.

경매는 북한과 공동으로 전자상거래사이트(www.nkmall.com)를 운영하는 북남교역이 주관해 지난 16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금강산, 칠보산 등을 그린 풍경화나 국화, 석류, 기러기 등 민속화가 주종을 이룬다.

경매 방식도 이색적이다. 경매를 원하면 사이트 내 조선예술품 갤러리에 있는 1000여점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경매 요청 게시판에 적어 넣으면 된다. 소장 가치가 높은 유고작일지라도 회원이 원하면 무조건 경매에 올린다.

가장 인기를 끄는 작품은 북한 ‘4대 조선화 거장’인 고 김기만 화백(2004년 12월 별세)의 유고작들.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의 셋째 동생이기도 한 김 화백은 6·25전쟁 당시 북으로 가는 바람에 운보와 이별하고 북한에서 미술교육을 받았다. 200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에서 극적으로 형 김기창 화백을 만났지만 형의 병세가 깊어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하는 가슴 아픈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밖에 국내에서도 전시가 열렸고 시중에서 수백 만원대에 거래되는 송시엽, 최영식 화백의 작품, 4세 때부터 그림을 그린 오은별 씨의 작품도 경매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경매에 나온 최영식 화백의 ‘녕원호수가의 가을(130cm × 65cm)’은 22만원에 낙찰됐고 오은별 씨의 국화 (65cm×30cm)는 7만2000원에 낙찰됐다. 1년에 한사람도 칭호를 못 받는다는 북한 ‘인민예술가’의 작품이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에 주인을 만난 셈.

북남교역 박영복 대표는 “경매라는 형식을 빌려 아주 낮은 가격에라도 일반인들이 쉽게 북한 예술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매행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행사로 일반인들이 북한 예술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면 한다. 경매가 끝나면 북한 미술품이 정상 가격으로 판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남교역은 이번 경매 행사를 약 한 달간 진행할 계획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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