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회담]南 “서울-평양 상주대표부 설치하자”

  • 입력 2005년 9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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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는 태극기, 서울에는 인공기가 과연 휘날릴 수 있을까.’

14일 평양에서 열린 16차 남북 장관급회담의 첫 전체회의에서 남측은 서울과 평양에 서로의 상주연락대표부 설치를 제안했다.

상주연락대표부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 직전에 설치되는 공관의 개념으로, 상주 직원을 두고 다양한 분야의 민관 업무를 전담한다.

회담 관계자는 “대표부 설치는 처음 제안한 것은 아니며, 북한의 입장을 타진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측의 제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그동안 몇 차례 같은 제안을 했지만 북한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이 상주연락대표부 설치 제안을 다시 한 것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음을 대외에 천명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경남대 김근식(金根植·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과 미국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에서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킨다’고 합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까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남측은 이날 회의에서 △2000년 9월 제주에서 개최됐던 국방장관 회담 등 군사당국회담의 재개 △남북한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경제관리 인력 양성 프로그램 신설 △개성공단의 2단계 개발 확대 및 육로 통행 절차 간소화 등을 북측에 제의했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權浩雄) 내각 책임참사는 국가보안법 철폐, 을지포커스렌즈(UFL)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지를 남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전체회의에 이어 대표 접촉을 갖고 16일 회담 폐막 때 발표할 공동보도문의 초안에 대한 조율 작업을 벌였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대표단은 이날 평양 대성산에 있는 사찰 광법사를 방문하고 북측의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했다.

‘아리랑’은 총 6만여 명이 동원되는 대집단체조로 2002년 4월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90회 생일 기념행사로 최초 공연됐다. 약 15만 명 수용 규모의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북측은 광복 60돌, 당창건 60돌에 맞춰 재창작해 지난달 15일 막을 올렸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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