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단절’음모론 불길 긴급진화…“정치적 음모 없다”

정치적 음모론 강력 반박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갖고 “터져 나온 진실을 덮을 힘은 없다”며 국가정보원의 불법 감청 발표에 따른 음모설을 일축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청 정국’에 대한 정치적 음모론을 일축했다.

국가정보원이 5일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도 불법 감청이 있었다”고 공개한 것이 “연정론 제기와 ‘DJ 정권 청산’을 노린 여권의 정치적 음모 아니냐”는 항간의 의혹을 의식한 것이다.

▽“음모론은 포퓰리즘, 선동정치”=국정원 발표 직후 정치권에선 여권이 DJ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한 ‘정치권 새판 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급속히 번졌다. 특히 민주당 측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발표는) 아무런 음모도 없고 전혀 정치적 의도가 없다. 터져 나와 버린 진실을 덮어버릴 수는 없고 앞에 부닥친 진실을 비켜갈 수도 없다”며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선 음모론의 진원지로 꼽히는 DJ 정부 도청사실 공개 경위를 밝히기도 했다. “참모진으로부터 ‘(DJ 정부 도청 사실이 공개되면)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곤란한 일이 없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뒤에 덮으라고 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는 날 누가 나를 지켜줄 것이냐”며 공개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연정론과의 연관설에 대해서는 “(연정 관련 서신은) 한미정상회담 사흘 전인 6월 7일 탈고했다. 도청 얘기는 훨씬 뒤에 그냥 터져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저에 대한 모욕”이라며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정치해 온 전 과정을 제대로 한번 돌이켜서 전부 점검을 해보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항간에 나도는 음모론의 사례를 거론하며 “이런 것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선동정치”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음모론을 일축한 배경엔 여권에 대한 호남 민심이 가파르게 악화되는 가운데 음모론의 불길을 잡지 못하면 임기 후반기 정국을 주도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정치권 반응=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을 엄호했다.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에 저질러진 잘못과 진실을 밝힌 것을 놓고 음모론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 중 난센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일제히 노 대통령의 간담회 내용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자체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국정원 발표는) 정치판을 엄청나게 흔들어 보겠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국정원 발표에 대해) 드디어 숙원인 DJ와의 관계 철회, ‘3김 청산’의 좋은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노 대통령이 그동안 DJ 밑에 있었던 것은 ‘위장취업’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沈相정) 의원단수석 부대표는 “노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말로만 강조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며 특별검사제 수용을 촉구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