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신사참배, 어떻게 설명해도 과거 정당화”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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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일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이견만 확인했다. 다음은 정우성(丁宇聲) 대통령외교보좌관의 브리핑을 토대로 재구성한 두 정상 간의 대화 내용.

○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고이즈미 총리=내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과거의 전쟁을 미화한다거나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본의 아니게 전쟁에 참가한 많은 일본인을 추도하고 앞으로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

▽노 대통령=과거의 전쟁과 전쟁 영웅을 미화하는 이웃 나라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고 있고, 특히 그 이웃 나라로부터 과거에 여러 번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면 인근 나라 국민은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총리께서 신사 참배를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나와 우리 국민에게는 과거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이즈미 총리=전후 60년간 일본은 군사력을 억제하고 경제 발전을 추구하면서 평화국가의 길을 걸어왔다. 주변 국가에 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

▽노 대통령=(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할 추도 시설을 건립하는 게 어떻겠느냐.

▽고이즈미 총리=일본 국민의 여론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검토하겠다.

○ 역사교과서 및 역사 인식

▽노 대통령=2001년에도 후소샤(扶桑社)의 역사교과서 때문에 상황이 심각했는데 그때는 채택률이 대단히 낮아서 넘어갔다. 그러나 올해에는 자민당의 핵심세력이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을 지원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고이즈미 총리=과거를 둘러싼 한국 국민의 심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이 반성할 것은 반성하며 그 위에서 미래를 향해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양국 미래관계에 중요하다.

▽노 대통령=일본 정부는 검인정 교과서 제도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문제가 되는 역사책을 읽고, 과거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큰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나라와 나라 관계에서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나라 간에는 전체를 보면서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교류를 확대시키면서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 대통령=동북아 평화에 획기적인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결국 역사에서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대결의 전선’을 없애기 위해서는 역사의 찌꺼기를 없애야 한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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