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鄭?…김정일 傳言 ‘양파까듯’ 계속나와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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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관계 투명해야”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재섭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북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對北관계 투명해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재섭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북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왜 이제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겠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뒤늦게 공개하자 이 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북-미 수교’라는 조건이 달려 있지만 미사일 문제 같은 민감한 발언을 17일 김 위원장 면담 사흘 뒤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날 함께 밝힌 김 위원장의 ‘동해선 연결 제안 백지상태에서 재검토 필요’, ‘금강산 관광절차 완화 요청’ 발언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깔수록 새로운 내용이 나온다’며 정 장관을 ‘양파 껍질’에 비유하는 말까지 나온다.

정 장관은 뒤늦은 공개에 대해 “중요한 발언이 많아 정리하느라 발표가 늦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미사일 폐기 발언 등은 김 위원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나온 게 아니라 공동 오찬 중 나온 이야기라 17일 귀국 후 브리핑에서 밝히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 장관의 ‘이야기보따리’는 아직도 몇 개 더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정 장관은 열린우리당과의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개인적 인사와 언급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박 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번 박 대표를 평양에서 만났을 때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독재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좋은 이야기만 했다’고 하더라”고만 말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불쾌한 표정이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대북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투명성”이라며 “국민이 알지도 못했던 합의가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민이 모르는 것을) 야당 대표만 들을 필요는 없다”며 처음에는 정 장관과의 만남을 거절하다 전화통화만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여권 대선 후보군으로서 ‘김 위원장 면담 프리미엄’의 시효를 이어가려는 정 장관의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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