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김형욱, 루마니아 조폭에 살해됐다”

  • 입력 2005년 6월 20일 09시 35분


79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살해한 것은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 중이던 루마니아 출신 조직폭력배였다고 월간조선 7월호가 보도했다.

국정원 과거사건진실위는 지난달 25일 김 전 정보부장 실종사건 중간발표에서 “김형욱은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의 지시로 중정 거점요원들과 이들이 고용한 ‘동유럽인’ 2명에 의해 납치, 살해됐으며 파리 근교에 유기됐다”고 발표했었다.

월간조선은 이와 관련 “국정원 발표 내용을 확인한 결과, ‘동유럽인’은 루마니아 출신 조폭이며, 이들은 당시 파리에서 연수 중이던 중앙정보부 요원 신모 씨로부터 청부살해 부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 씨와 함께 사건에 가담한 이 모씨는 김형욱을 살해한 루마니아 출신 조폭들을 만나 사례비 10만달러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전했다.

신 씨는 중앙정보부 정규과정 10기 공개채용 시험을 통해 입사해 김형욱 살해사건에 가담한 후 10·26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했다. 이 씨는 정규과정 12기 출신으로 2004년 말 국정원에서 퇴사했다.

월간조선은 국정원이 김형욱 실종사건을 서둘러 발표한 것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발표 뒤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으며, 김형욱 살해의 최고 책임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것”

“그러나 박 대통령이 김형욱 살해의 최고책임자라는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초 진실위 발족 시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김형욱 살해사건을 국정원이 서둘러 발표한 배경에는 청와대와 고영구 국정원장과의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정원 전직 고위간부는 “과거사위 발족을 전후해 일어나기 시작한 국정원 내 잡음은 최근 고영구 국정원장의 사의표명을 계기로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한 간부는 “국정원은 매년 6월1일 정기인사를 실시하는데 올해는 아직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고영구 원장이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 임용을 둘러싸고 청와대 측과 의견이 엇갈렸고 이 일이 사의표명의 직접적인 이유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조사 발표 때문에 현재 국정원 내부에서도 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한 전직 중간간부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작차원에서 이뤄진 김형욱 실종사건이 공개되는 바람에 상부의 지시에 의해 일선에서 공작을 수행한 직원들이 살인자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앞으로 상부에서 지시를 한다고 해서 누가 일선에서 공작활동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해외파트에서 근무해 온 또 다른 국정원 출신은 “특정인의 사망원인에 대해 국가기관이 끝까지 밝히는 것이 올바른 행위일지는 모르지만, 사망과정에서 국가정보기관이 개입됐다면, 그 사실은 영원히 비밀로 해야한다. 다른 외국기관이 앞으로 우리나라 정보기관과 합동으로 공작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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