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행담도 감사]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감사원은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이 외환위기 당시 외자유치 때문에 급조됐다가 개인사업으로 변질돼 무리하게 추진됐고, 거기에 일부 청와대 인사들이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건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비리는 없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사건 전모=충남 당진군 행담도 일대에 17만여 평의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개발사업이 건설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것은 1995년. 그 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외자유치 차원에서 1999년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그러나 싱가포르 투자사인 에콘사는 자금난을 겪던 중 2001년 김재복 씨에게 사업을 맡기고 자신들은 손을 뗐다. 이후 김 씨는 지분을 인수해 사실상 이 사업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한국도로공사에 사업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물어 ‘자본을 유치하면 도공이 상환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자본투자협약을 지난해 1월 체결했다.

이 협약은 도공에 크게 불리한 것이어서 지난해 6월 취임한 손학래 도공 사장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자 김 씨는 정부의 서남해안개발사업인 S프로젝트에 자문을 하며 안면을 익힌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 씨의 요청을 받은 문 전 위원장과 정 전 비서관은 김 씨의 채권 발행을 돕기 위해 정부지원의향서를 써 주거나 채권 발행에 동의해 주라고 도공 직원을 질책하는 등 권한 밖의 일들을 저질렀다. 김 씨를 동북아시대위에 소개해 준 정 전 수석도 올해 5월 도공과 김 씨 간의 분쟁을 조정하려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부적절한 개입이 월권이긴 해도 ‘범죄’ 수준은 아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남은 의혹=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행담도 개발사업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지와 우정사업본부 및 교원공제회가 해외채권 8300만 달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박종구(朴宗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동북아시대위가 대통령에게 S프로젝트에 관한 개략적인 보고는 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또 우정사업본부 등의 채권 매입 과정에 외부에서 간여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전 수석과 김 씨가 처음 만난 시점도 수수께끼. 정 전 수석은 도공과 김 씨가 자본투자협약을 체결한 뒤인 2004년 5월 김 씨를 처음 만났다고 밝힌 반면 김 씨는 그 전인 2003년 9월에 정 전 수석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만약 김 씨의 말이 옳다면 문제의 자본투자협약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

청와대 인사들이 김 씨를 그토록 신뢰한 이유나 캘빈 유 주한 싱가포르대사가 행담도 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한 이유도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언론이 사기극 몰아간다고 비난하더니…

행담도 개발사업은 김재복 씨의 개인 사업이었으며 여기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놀아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정찬용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 등이 머쓱하게 됐다.

이들은 청와대가 행담도 개발사업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을 언론이 사기극으로 몰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었다.

당시 정 전 수석은 행담도 개발사업에 개입한 경위와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하며 “이런 좋은 일을 잘하라고 (응원)해 줘야 할 판에 신문사 양반들이 삐딱하게 보는 것 같아 설명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청와대와 동북아시대위원회도 서남해안개발사업과 그 실현방안의 하나인 S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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