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으로 축전 개최에 새로운 난관이 조성된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대규모로 남측 방북단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새로운 난관 조성’이란?=북-미 관계는 최근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1세기 미군은 국가(nation) 대신 정권(regime)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해 북측을 자극했다.
같은 날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방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됐고, 딕 체니 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핵무기를 추구하면서 주민을 전혀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지도자”로 비난했다.
서울대 외교학과 전재성(全在晟)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가 아니라 ‘북한의 정권교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지난달 차관급회담에서 남북이 당국 대표단 파견에 합의했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힘이 거의 없다는 것을 북한이 간파한 것 같다”며 “대규모 당국 대표 방북을 허용하는 부담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무적 차원의 고민=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방북단 규모 축소를 요청한 말 못할 사정에 대해 대규모 행사를 치를 실무적인 준비가 안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6·15 통일대축전 남측준비위원회도 북측이 해외동포를 포함해 1000여 명의 대형 방북단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측준비위원회 이재규(李在奎) 부대변인은 “북측이 행사 자체를 무산시키지 않은 만큼 정치적 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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