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방북단 축소 요구]北, 美강경기류에 우회 불만표시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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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4∼17일 평양에서 열리는 ‘6·15 통일대축전’ 개막 2주일을 앞두고 갑자기 남측 방북단의 규모 축소를 요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으로 축전 개최에 새로운 난관이 조성된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대규모로 남측 방북단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새로운 난관 조성’이란?=북-미 관계는 최근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1세기 미군은 국가(nation) 대신 정권(regime)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해 북측을 자극했다.

같은 날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방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됐고, 딕 체니 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핵무기를 추구하면서 주민을 전혀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지도자”로 비난했다.

서울대 외교학과 전재성(全在晟)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가 아니라 ‘북한의 정권교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柳浩烈) 교수는 “지난달 차관급회담에서 남북이 당국 대표단 파견에 합의했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할 힘이 거의 없다는 것을 북한이 간파한 것 같다”며 “대규모 당국 대표 방북을 허용하는 부담에 비해 실익이 적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무적 차원의 고민=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방북단 규모 축소를 요청한 말 못할 사정에 대해 대규모 행사를 치를 실무적인 준비가 안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6·15 통일대축전 남측준비위원회도 북측이 해외동포를 포함해 1000여 명의 대형 방북단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측준비위원회 이재규(李在奎) 부대변인은 “북측이 행사 자체를 무산시키지 않은 만큼 정치적 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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