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박사모 딜레마’…잇단 구설수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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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지지하는 23개의 ‘팬 카페’ 중 가장 규모가 큰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잇따라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박사모는 최근 당내 소장파 그룹인 원희룡(元喜龍) 남경필(南景弼) 정병국(鄭柄國) 의원 등에 대한 ‘출당’ 성명으로 다른 박 대표 지지모임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박 대표 지지 모임인 애국애족실천연대와 나라사랑실천연대는 22일 각각 성명서를 내고 “박사모의 최근 행태가 박 대표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동적 행위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박사모가 최근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이명박 총리론’에 대해서도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높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박사모는 목소리를 낮췄으나 이번에는 박사모 운영자의 회비 횡령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 모임의 대표 격인 ‘카페지기’ 정모(46·CF감독) 씨가 박사모 전 회원들로부터 회비 횡령 혐의로 3월 말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안모(46)씨 등 4명의 전 회원들은 고소장에서 “박사모 회원 3만여 명이 공적인 활동에 쓰라고 보내 준 회비와 후원금을 정 씨가 임의로 사용했다”며 “확인된 내용만 보더라도 정 씨가 3000만 원가량을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씨도 23일 박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저 개인의 명예훼손이 아닌 박사모의 명운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음해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맞고소 방침을 밝혔다.

박 대표 지지모임 운영자들은 3월 충남 천안시에서 첫 모임을 갖고 ‘최소한의 행동통일’과 ‘운영자 간 대화창구 마련’이라는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23개 팬클럽 회원 중 3만40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박사모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내부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사모를 둘러싼 일체의 시비에 대해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외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박사모 같은 조직과 당직자들은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도 “박 대표 지지자 중에는 강경파도 있고 온건파도 있다. 여러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측근 그룹) 내부에서도 누구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해체의 길에 들어선 것과 달리 박사모는 체질 개선을 위한 진통에 돌입하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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