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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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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공조▼
한일 양국의 긴밀한 공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일본 방문이 연기된 데 이어 다음달 초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협력대화(ACD)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18일 “한국이 주적(主敵) 문제를 놓고 최근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본과도 사이가 벌어져 북핵 문제를 조율해야 하는 한미일 3국의 분위기가 매끄럽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일 간에 과거처럼 양국 원로급 지도자들의 막후 채널이 없는 점도 현안 조율을 어렵게 하는 요인.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에 협조하지 않으면 일본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일본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며 “대일 성명과 북핵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우정의 해▼
한일이 국교정상화 40주년을 맞아 선포한 ‘한일 우정의 해’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양국 정부는 예정된 교류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역사왜곡 문제로 민간 및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행사 80여 건이 중단됐던 2001년보다 지금의 한일관계는 훨씬 악화돼 있다. 일단 다음달 초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가 향후 한일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검정 결과가 나올 경우 올해 여름과 겨울로 예정된 셔틀정상회담도 제대로 열릴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FTA 체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속성 상 독도 문제와 경제 교류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독도 문제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문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광장의 정영진(鄭永珍) 통상전문 변호사는 “FTA는 양국 간 정치적 신뢰관계와 리더십, 여론 등이 뒷받침돼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국민여론이 나빠지면 정부가 FTA 체결에 대해 자국민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일 FTA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6차 협상 후 4개월째 표류 중이다. 일본이 공산품의 99% 개방을 한국에 요구하면서 자국 농수산물은 56%만 개방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홍배(李鴻培)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한일 간 지방자치단체 교류, 투자, 기술협력에 간접적이나마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독도문제로 악화된 한국의 대일(對日) 여론을 고려할 때, 일본은 섣불리 새로운 제안을 하기가 어렵게 됐으며 한국도 일본의 제시안을 국민에게 설득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 교류▼
영화와 가요계도 독도 사태의 영향권에 있다. 당장 일본 영화의 국내 흥행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피와 뼈’ ‘69’ 등 일본 영화를 수입한 배급사 ‘스폰지’의 조성규 이사는 “흥행수입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며 “올해 5편의 일본 영화를 더 수입하기로 계약했는데 반일감정이 장기간 지속되면 개봉 스케줄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영화의 일본 수출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 한국영화 해외 판매 대행사인 씨네클릭아시아의 서영주 이사는 “한류 스타와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일본에 대한 한국영화 판매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요계의 파장은 보다 직접적이다. 25일 홍익대 앞에서 열리는 ‘2005 한일 로드클럽 페스티벌’의 기획사는 “포스터에 있는 ‘2005 한일 우정의 해’라는 문구를 빼라는 지적이 많아 다시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사에는 “공연이 제대로 열리느냐”는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2년 만에 5집 앨범을 낸 남성 듀엣 ‘캔’도 일본 그룹 ‘튜브(Tube)’의 곡을 리메이크해 수록했다가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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