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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2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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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셈법이 크게 달라 논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제의 배경=현 여권은 야당 시절부터 지역감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워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해왔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2004년) 총선부터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주기 바란다”며 중대선거구제를 주문했다.
열린우리당이 호남을, 한나라당이 영남을 차지하는 ‘특정지역 독식 현상’은 소선거구제 때문이라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선 정당명부 투표 기준 32.0%를 득표했으나 의석비율은 5.9%에 그쳤다. 소선거구제에서는 1등이 아니면 의석을 얻을 수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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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 선거구에서 2∼10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실시되면 극심한 지역편중 현상은 다소 완화될 것이 분명하다. 가령 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라면 10%대 득표자도 당선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는 논거는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만 언급했기 때문에 꼭 중대선거구제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이강래(李康來) 위원장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중대선거구제와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전국 단위로 실시되고 있으나 이를 시도별 또는 좀 더 넓은 범위의 광역권으로 나누자는 것. 권역별 득표율만큼 정당에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2, 3위 정당도 지역 대표성을 띤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다.
▽양당의 다른 셈법과 전망=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적극적이고 한나라당은 부정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추가로 얻는 의석은 많지만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더 건질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17대 총선 정당명부제 투표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현행(4석)보다 11석을 더 얻지만,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현재와 마찬가지로 0석에 그친다.
열린우리당 이강래 위원장은 “권역별 비례대표 수를 대폭 늘리면 한나라당도 호남에서 의석을 얻을 수 있다”며 “국회 정치개특위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개특위 권오을(權五乙) 위원장은 “선거구제는 매우 민감한 정치쟁점이고 시급한 현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정개특위에서 다루지 않기로 여야가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소선거구제가 지역대표성이 분명하고 다수 국가가 채택하는 제도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지역구가 넓어지면 관리 비용이 더 든다는 논리도 편다.
중대선거구제가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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