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대변인 글 전문 ‘이기명 고문의 러브레터에 답하며’

  • 입력 2005년 2월 13일 21시 07분


코멘트
일본어에 아주 재밌는 표현이 있습니다.

‘갸쿠고로시’라는 말입니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거꾸로 죽이기’가 될까요?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볼께요-

가령 극좌 혹은 극우단체가 확성기로 ‘아무개를 이번 선거에서 뽑아주자-’하고 다니는 것입니다.(일본은 우리나라와 선거법이 달라서 확성기로 이렇게 떠들고 다니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반응이 어떠냐?

문제의 단체에서 ‘아무개를 뽑아주자’하면 한마디로 ‘아무개’는 끝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극우나 극좌단체에서는 일부러 절대로 당선시켜서는 안되는 인물이 있으면 한단 접고서 일부러 ‘아무개를 뽑아주자’라고 외치며 다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생님’으로 부른다는 이기명 국민참여연대 고문이 저보고 ‘심청’이가 되라고 했습니다. 그 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가수 조영남씨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 분이 제게 며칠 전 그랬거든요.

“아무래도 정치권이 경쟁력이 증말 없나봐-전여옥, 말이야, 내 친구였던 김모, 그리고 김 아무개- 내가 보기엔 신통찮았는데 정치권에 가서 아주 거물이

됐더라구-그리고 나랑 그냥 수다떨던 전여옥이 가서 그렇게 휘젓고 다니는 것을 보면 정치권이 연예계처럼 경쟁이 쎄지 않나봐-”했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그 절반의 공은 이기명 고문에게 돌리죠”라고요-

일단 이기명 고문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이렇게 맹비난해주셔서 말입니다. 이기명 고문한테 칭찬받다간 진짜 큰일이지요. 정치적으로 끝나는 것은 물론 인간적으로도 끝나는 것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란 측근은 모조리 부정부패로 걸려들었는데 자칫 칭찬받다가 그 부패의 종합선물셋트에 제 이름이 함께 올라가는 건 정말 사양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깨끗한 정치하고 싶거든요.

다른 부분도 깔끔하게 정치하고 싶지만 그 최우선을 돈문제 깨끗한 정치인, 돈에는 결벽증이 있다는 말을 듣는 정치인이 될 생각이거든요.

어쨌든 노무현대통령의 14년 후원회장을 지냈던 이기명 고문이 이렇게까지 저를 ‘거꾸로 후원’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14년동안 고생많으셨지요? 용인땅 위장거래로 오랫동안 조사도 받았습니다. 아무리 뭐라해도 법원조차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에서 나타나지 않는 이례적 사정들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지요.

또 이기명 고문이 대표로 있는 문화네트워크의 직원들이 노무현 특보를 자칭하며 돈을 받아쓴 뇌물사건부터 이사란 분이 난지도에서 수도 없이 골프를 쳐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기도 했지요.

이기명 고문도 일조했지요?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발 100일 기념회견에서 ‘이기명 전 후원회장의 용인땅 개발의혹’에 대해 구구한 변명을 하게 만들었지 않습니까?

이정도면 노무현 대통령에게 ‘역후원’을 한 셈 아닙니까?

정말로 노무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려면 용인땅 의혹부터 말끔히 푸는 일부터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문제에 걸린 대통령, 측근이란 측근이 일년도 못돼 모조리 형무소에서 ‘측근모임’을 결성하게 할 정도면 절대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깨끗해야 성공한 대통령 됩니다.

그리고 저보고 심청이가 되라고 했지요?

저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렇게 피폐해지는 이 나라를 위해 심청이가 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대변인직에 연연하지 않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것 하나는 제대로 보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차라리 논개가 되겠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개혁이란 이름을 팔며 개혁장사를 하는 사람들, 없는 사람을 팔며 없는 사람들을 속이는 낯두꺼운 정치인들, 돼지저금통으로 선거치렀다면서 그 측근이 불법선거자금을 받아 모조리 형무소에 들어가 있는 거짓을 모조리 청소하는 논개가 되겠습니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이 땅을 위해 어머니의 심정으로 부정과 부패와 거짓 그리고 위선을 논개가 되어 몰아내겠습니다.

만일 그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하신다면 제가 기꺼이 ‘논개’가 되겠습니다.

저한테 기자들은 이기명 고문이 ‘러브레터’를 보냈다고 하네요. 부디 앞으로도 저를 한결같이 비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땅투기 의혹 등등 돈문제가 복잡한 분의 칭찬이나 관심은 사양합니다.

나이드신 어르신의 러브레터에 이렇게 답해서 죄송합니다.

2005년 2월13일 전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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