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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월 5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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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4일 "(올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 동안 부시 대통령이 방한해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그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백악관의 반응을 "(노 대통령의 발언 보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표현했다.
청와대도 5일 "덕담 수준이었다"며 거듭 진화에 나섰지만, 이 발언이 한미간 신뢰를 훼손한 외교적 실언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일 정부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11월20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뒤 참모들에게 이 대화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극도의 보안은 유지하면서도 정상회담 1개월 반이 지나도록 외교부에게 "정상간 구두 합의내용을 실무적으로 추진해 보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에서조차 '정상간 구두합의'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정책화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 외교전문가는 "두 정상이 공식회담도 아닌 걸어가는 상황에서 나눈 이야기가 한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공개됨으로써 부시 대통령이 난처해진 상황은 국익차원에서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도 아닌 산업단지 시찰 명목으로 북한을 방문하자'는 비현실적 상황에 쉽게 수긍한 것으로 묘사돼 있다.
정상회담을 준비해 본 고위 당국자는 이날 "앞으로 외국 정상들이 이번 일을 이유로 '공식 합의된 대화 이외에는 한국과 대화 나누기가 꺼려진다'고 반응할 때 일선 외교관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한미간 마찰음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은 피하고 있지만, 이 사안을 "북한의 핵무기가 방어용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11월 로스앤젤레스 연설 이후 계속된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발언의 연속선상에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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