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와 여당, 엇박자로 가서야

  • 입력 2005년 1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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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당정(黨政) 인사들과 가진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새해에는 사회적으로 큰 갈등이나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 통합의 정치를 해 나가겠다는 말로 들려 희망적이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심각한 내홍(內訌)을 보면 과연 대통령 말처럼 될까 걱정이다.

열린우리당은 4개 법안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부영 당의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다. 이 의장은 퇴임사에서 “올해엔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노선을 택해야 한다”고 말해 그동안 비타협적 자세로 일관한 당내 강경파를 겨냥했다.

여야는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도 타결되지 못한 3개 법안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도 양보할 자세가 아닌 데다가 각자 강경파로 인해 원내대표끼리 합의한다고 해도 추인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 강경파는 더 완강해진 느낌마저 주고 있다.

여야 대치가 계속되면 대통령의 새해 역점 과제인 경제·민생 우선, 국민통합도 실천이 어려워진다. 관련 법안들이 제때 처리되지 못할 뿐 아니라, 원외 세력이 논쟁에 끼어들게 됨으로써 나라 전체가 다시 비생산적인 이념싸움에 매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국회는 국회에 맡긴다’는 대통령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정치가 요동치고, 그 주된 원인의 하나가 집권 여당의 리더십 부재(不在)와 당내 강온파 간의 대립과 반목에 있다면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은 선의(善意)의 중재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정 현안을 놓고 고위 당정협의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대통령만 당정 분리 운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민심(民心)은 대통령이 내건 ‘경제·민생 우선’을 절대 지지한다. 그런 민심이 당과 국회에서 느껴지고 수용되도록 하는 것도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언제까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엇박자로 갈 것인가. 이래선 새해의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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