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先軍’에서 ‘先民’으로 변해야

  • 입력 2005년 1월 2일 17시 43분


코멘트
올 한 해 북한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는 ‘선군(先軍) 정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영언론들이 일제히 10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초소를 방문하면서 시작된 선군 정치가 오늘의 북한을 만들었다며 대대적인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전당 전군 전민이 일심 단결하여 선군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는 제목을 단 신년공동사설의 핵심도 선군 정치이다.

선군 정치에 몰두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서 발전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찾기는 어렵다. 북한 당국은 여전히 북한의 실상을 터무니없이 미화하면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세계가 북한의 실패를 다 알고 있는데 언제까지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다는 것인가.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선군 정치 10년에 대한 자화자찬(自畵自讚) 대신 참담한 현실을 인정하고 통렬한 반성을 해야 옳을 것이다.

북한 관영언론의 신년사설은 ‘국력이 비상히 높아지고 인민의 존엄과 영예가 빛나게 이루어진 때는 일찍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수많은 주민이 국외로 탈출하고 외국의 식량 원조로 간신히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업생산을 올해 경제건설의 주공(主攻) 전선으로 제시했으나 남한으로부터 매년 수십만t의 비료를 지원받아야 하는 어려운 현실을 구호와 선동으로 극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군을 앞세우는 선군 정치는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생(共生)에도 걸림돌이 된다. 선군 정치의 산물인 핵개발은 벌써 3년째 국제사회의 지원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선군 정치는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다. 북한은 안팎으로 실패를 초래한 선군 정치를 포기하고 ‘선민(先民) 정치’로 변해야 한다. 그것만이 북한이 살 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