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협상에서 대치로’ 시간대별 상황

  • 입력 2004년 12월 31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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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4대 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온종일 계속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협상은 오락가락의 연속이었다.

양당 원내대표가 가까스로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 등에 관한 절충안을 만들자 여당 강경파가 거부하고, 다른 합의안을 내놓으면 이번에는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만 해도 순항 분위기였다.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주선으로 회담을 가진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오후 4시경 ‘의장 중재안’을 들고 각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4대 법안 중 국가보안법과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의 연내 처리를 담은 ‘3+1’ 방안을 추인받기 위해서였다. 이들 3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임종인(林鍾仁) 의원 등 국보법 연내 폐지론자들은 일제히 “당론(폐지 후 형법 보완)보다 후퇴한 대체입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났다.

온건파들이 “여론도 만만찮고 한나라당이 강력 반대하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며 설득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마침내 천 원내대표는 “당론을 고수하겠다. 국회 밖에서 국보법 폐지 투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며 잠정 합의사항을 뒤집고 강경파의 손을 들어 주었다. 오후 6시20분경이었다.

그러자 온건파 중진들인 문희상(文喜相) 임채정(林采正) 배기선(裵基善) 유인태(柳寅泰) 의원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따로 모임을 갖는 등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수적으로 30%도 안 되는 강경파들이 당을 좌지우지한다”며 비판했다. 여야 타협에 공을 들여온 이부영(李富榮) 의장도 “잘 하면 이념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너무 피곤하고 맥이 빠진다”며 말문을 닫았다.

부담을 못 이긴 양당 원내대표들은 저녁 늦게 다시 머리를 맞댄 끝에 ‘과거사법과 신문법의 연내 처리’를 주요 내용으로 한 ‘2+2’ 합의안을 극적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나라당 쪽에서 “모든 걸 없던 일로 하자”는 강경 목소리가 들끓었다. 박진(朴振) 진영(陳永) 박세일(朴世逸) 의원 등 온건파조차 “우리가 친일법과 과거사법, 신문법까지 수용한 것은 국보법 폐지를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국보법 대체입법도 못 지키고 여당 법안만 받을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합의안에 부정적이었다.

하루 종일 계속된 양당 간 공방에 대해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은 “정치권이야말로 지진과 해일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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