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주요 민생·개혁법안 연내 처리하겠다"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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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會戰(대규모의 전투)'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주요 민생·개혁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해 당내 논란과 여야간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14일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 글을 통해 “법안의 연내 처리는 정통민주개혁세력을 대표하는 우리당이 냉전수구세력을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펼치는 일대 회전(會戰)”이라고 규정한 뒤 “집권여당이자 원내다수당으로서 더 이상 대안 없는 반대와 국정 발목잡기를 바라볼 수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이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소속 의원들의 단결과 헌신이 절실하다”며 “남은 임시국회에서 소속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지 못해 상임위 표결을 하지 못하거나 본회의를 개회조차 못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의원들의 '결사항전' 의지를 독려했다.

그는 이어 “연말연시 해외출장 기회도 많고 지역구 요청도 많겠지만 우리당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상황의 엄중함을 받아들여 함께 국회를 지키자”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 상황에 따라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천 대표의 생각과 달리 김원기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내 일부 의원들은 “단독처리는 안된다. 야당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에 “연내에 4대입법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니 임시국회에 응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천 대표로부터 16일날 본회의를 개의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금까지도 기다렸는데 무리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며 천 대표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도 “의원들 사이에서 단독처리보다는 야당과 합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천 대표 의원실은 편지의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표결에 들어갔을 때 여당 의원이 단합이 안돼 처리가 안된다면 심각한 일이 발생한다”며 “편지는 그야말로 과반수를 턱걸이 하고 있는데 상황에서 의원 개개인의 처신이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실은 이어 "국민들이 과반수를 줬는데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안된다"며 표결처리 의사를 밝힌 뒤 “김원기 의장 등과는 계속해서 협의하고 상의할 것이며 반드시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글 전문.

의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가운데 건강에 더욱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17대 국회가 출범 6개월을 넘겼습니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정기국회 100일도 어느새 지나가버렸습니다.

지금은 참으로 비상한 시국임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방해와 지연책동으로 지난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민생·경제법안과 주요 개혁법안의 처리도 기대만큼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연이어 소집된 임시국회는 당리당략에 따른 한나라당의 불참과 시대에 뒤떨어진 색깔공세로 마비상황입니다. 법사위는 한나라당의 폭력적인 점거로 무법천지를 방불케 합니다.

한국 정치사에 이처럼 대안없는 반대와 국정 발목잡기로 정기국회의 始와 終을 일관하는 야당은 아마도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국정을 이끄는 집권여당이자 국회운영을 책임져야 할 원내다수당으로서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작태를 바라만 보아야 합니까?

우리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와 색깔공세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등 민생과 국익에 직결된 현안처리를 서둘러야 합니다.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주요 민생·개혁법안도 반드시 연내에 처리해야 합니다. 정통민주개혁세력을 대표하는 우리당이 민생안정과 개혁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냉전수구세력을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펼치는 일대 會戰입니다.

乾坤一擲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들의 단결과 헌신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합니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당 의원들이 보여주신 동지애와 개혁에 대한 불굴의 의지는 정통민주개혁세력을 대표하는 우리당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훌륭한 사례입니다.

최근 한나라당의 조악한 간첩조작 사건에 대처하는 이철우 의원의 의연한 모습과 우리당 의원 모두의 단호하고 결연한 자세를 보고 저는 찬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당은 어떠한 난관도 뚫고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저는 의원님들께 각 상임위와 본회의 소집에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남은 임시국회에서 소속 의원 한 분이 자리를 지키지 못해 상임위에서 표결을 하지 못한다면, 한 분이 모자라 본회의를 개회조차 하지 못한다면 우리당은 우리의 뜻과 달리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연말연시인 만큼 해외출장 기회도 많고 지역구의 요청도 어느 때보다 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우리당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상황의 엄중함을 받아들이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함께 국회를 지키십시다!

원내대표로서 의원 여러분의 헌신과 참여를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와 원내대표단 모두 우리당과 국민의 최종적인 승리를 위해 잠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치밀하게 모든 것을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12월 14일

원내대표 천 정 배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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