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건-강경파 “核백지화” 한목소리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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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준 사장
김학준 사장
《필자는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본사의 후원 아래 열린 ‘한미동맹과 동북아의 미래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하고 본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뉴욕타임스사를 방문하면서 미국의 저명한 정책수립가들과 여론지도자들을 두루 만났다. 이들의 공통된 화제는 단연 북한 핵 문제, 그리고 그 해법에 관한 한미 두 ‘동맹국’ 사이의 ‘갈등’이었다. 이 글을 통해 필자의 관찰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 북한 핵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미국의 지도층은 확연하게 나뉘어 있다. 한쪽은 북한의 핵 개발이 현재 ‘위험스러운’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이것을 ‘전면적으로’ 백지화하지 않으면 북한은 가까운 장래에 핵 국가가 되어 남한에 대해서는 물론 미국에 대해서조차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에 다른 한쪽은 북한의 핵 개발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강경보수파에 의해, 특히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 의해 과장되었다고 반박한다.

둘째, 이러한 상이한 평가는 상이한 해법의 제시로 이어지고 있다. 전자는 북한 핵의 완벽한 제거를 위해 제2기 부시 행정부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결정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 ‘결정적인’ 조치들이란 어떤 것들을 의미하는가? ‘네오콘’들 가운데서도 아주 강경한 사람들은 ‘의심이 가는 북한 핵시설들에 대한 군사적 선제공격’을 여전히 제의한다. 그러나 보수강경파 사이에서도 이 선택은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시인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그 선택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그들은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결정을 받아내 유엔의 이름으로 압박을 가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그들이, 그리고 ‘네오콘’들도,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이다. 최근에 김정일 정권의 ‘교체’ 또는 ‘변형’이란 용어를 쓰고 있으나 목표하는 것은 ‘붕괴’이다. 그들은 한국 정부가 최소한 묵인해주고 주변국가들이 공동보조를 취해준다면 김정일 정권의 ‘붕괴’는 실현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핵 개발에 관한 설명들이 강경보수파에 의해 의도적으로 과장되었다고 보는 쪽에서는, 군사적 선택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붕괴’를 목표로 삼는 선택에 대해서조차 거세게 반발한다. 그러한 선택들은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 또는 엄청난 재앙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까닭이 “미국이 우리를 무력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깊은 두려움에 있는 만큼, 미국은 북한의 국가적-체계적 존속을 보장해주는 조치를 먼저 취해줌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완벽하게 철폐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원조로 북한 경제를 살려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이 안심하고 핵을 철폐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제2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위 외교안보팀은 양자 사이에서 매우 진지하게 고뇌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이라크에 발이 깊이 빠져 있는 상태에서 한반도에서 또 한 차례 불명확성이 개재된 모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데 그들은 동의하는 것 같다.

둘째, ‘대북 화해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신념이 확고하고 그리하여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 두 행정부 사이에 입장 차이가 판연하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늘날의 현실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일방주의적’ 조치를 취하기란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셋째,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제2기에 ‘후세 역사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외교적 성과’를 남기고 싶어 할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대타협’을 이뤄내려는 욕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관찰자들은 백악관의 새 외교안보팀은 재래의 틀에서 벗어난 ‘대담한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종합해 보면, 많은 관찰자들은 2005년 후반기와 2006년 전반기의 한 해가 한민족에게 ‘운명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재앙의 해’가 아니라 ‘평화로운 대전환의 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김정일 정권은 핵의 완벽한 포기를 요구하는 한국과 주변국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현행 6자회담을 반드시 재개시키고 그 틀 안에서 북-미대화도 진전시켜 ‘대타협’이 성사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사이의 신뢰 유지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김학준 본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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