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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2월 9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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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통령이 해외에서 귀국할 때에는 행자부 장관이 영접을 나가는데, 장관들조차 사전에 아무 통보를 받지 못했을 정도로 이번 이라크 방문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들도 이날 오후 4시경까지 이라크 방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한 수석비서관은 "오후 4시가 다 됐는데도, 대통령이 청와대에 도착하지 않아 한동안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의아해했다"며 농담조로 "이번에 이라크 방문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 여부가 실세(實勢)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기를 운항했던 대한항공 측은 하루 전인 7일에야 귀국 도중 쿠웨이트를 경유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미리 경유지인 쿠웨이트 공항측으로부터 이·착륙 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 그렇지만 청와대측은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 일정이 새로 생겼다"고만 알려줘, 이라크 방문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자이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 지역의 쿠르드족 자치정부에는 노 대통령 일행이 탄 C-130 수송기가 아르빌 공항을 이륙한 직후 이라크 상공에서 전화로 "노 대통령이 들렀다 간다"는 통보가 갔고, 이라크 임시정부와 쿠웨이트 정부에는 노 대통령이 쿠웨이트 알 무바라크 공항에 복귀한 뒤에야 통보가 이뤄졌다.
유일하게 미국 정부만이 사전에 우리 정부로부터 각별한 경호 요청과 함께 방문 사실을 통보받았다. 노 대통령이 이라크 상공을 지나 아르빌을 오가는 동안 미 공군의 F-16 전투기 8대가 출격해 노 대통령 일행이 탄 C-130 수송기 2대를 상공에서 엄호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안전 문제 때문에 아르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야전군복 상의 안에 방탄조끼를 착용했다.
쿠웨이트 공항 인근의 C호텔에 임시로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사를 급하게 송고해야 했던 취재진은 사실상 2시간여동안 불법 체류한 셈이 됐다. 국제법상 경유지에서는 항공기 안만 치외법권 지역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 우리 정부는 셰이크 알 아흐메드 쿠웨이트 국왕에게 노 대통령의 친서를 보내는 것으로 이같은 법적 문제점을 해소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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