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신문법안 시대착오적 오만-기만 가득”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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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학회가 26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언론법 개, 제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언론학자와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된 신문법안과 방송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안철민기자
한국언론학회가 26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언론법 개, 제정에 관한 토론회’에서 언론학자와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된 신문법안과 방송법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안철민기자
여야가 별도로 제출한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된 가운데 한국언론학회(회장 이창근·李昌根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가 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한국언론재단 연수센터에서 ‘언론법 개정 제정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언론법 개정에 대해 상이한 견해를 표명해 온 언론학자들과 법안 발의에 참여한 여야 의원들은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에 담긴 조항들의 문제점과 언론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언론법안, 왜 서두르나=방정배(方廷培)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열린우리당의 신문법안에 대해 “연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시장점유율 제한 규정의 경우 1개 신문 30%, 상위 3개 신문 합해 60%를 점유할 경우 여론 독점의 폐해를 일으킨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상원(林尙源) 고려대 언론학부 명예교수는 “여당의 신문법안에 깃든 계몽주의는 시대착오적인 오만이고 메시아니즘은 편집증이거나 기만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1980년 언론통폐합 당시 구원의 손이라고 등장했던 것이 언론기본법이었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현 정권이 신문법안을 악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 정권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경계했다.

김동규(金東奎)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야의 방송 관련 법안은 방송 통신 융합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두르지 말고 보다 진지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명구(姜明求)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관련 법안을 철회하고 기자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축이 되고 전문가 정당 노조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언론개혁위원회를 설치한 뒤 이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차기 대선 이후에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신문법안의 문제점=문종대(文鍾大)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시장점유율과 관련해 “여론조사에서는 40% 내외만 지지를 받아도 최대지지 항목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3개 신문사가 여론시장의 40%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경우 여론 독과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영철(尹榮喆)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독자는 신문의 내용에 따라 의견이나 태도에 영향을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며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다른 매체 등 여러 요소에서 종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점유율 제한에 반대했다.

문재완(文在完) 단국대 법학부 교수는 “여당의 신문법안에 따르면 발행인은 편집인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고, 편집인은 편집에 책임지도록 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편집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해 편집권 행사에 근로자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함으로써 신문사에 내분을 야기할 수 있는 소지를 남겨 놓았다”고 지적했다.

김서중(金瑞中)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의 신문 방송 겸영 조항에 대해 “이로 인한 실익은 결국 방송을 갖고 싶은 신문사에 돌아가게 된다”며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경우 언론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되느냐”고 말했다.

▽방송법안=여당이 방송법 개정안에서 민영방송사의 재허가 요건을 강화한 데 대해 정윤식(鄭允植)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 재허가 추천의 결격 사유를 개정 방송법에는 상세히 적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최근 재허가 추천 과정에서 불거진 것처럼 방송위원회가 자의적 판단을 할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에 경영위원회를 두어 사장을 임명하도록 규정한 한나라당의 ‘국가기간방송법’에 대해 정 교수는 “이보다는 국회의 청문과 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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