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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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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도 이번 정상회담은 서로 동의하는 부분만 언급하고 이견은 회피한 결과라며 한국이 회담 내용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기존입장에서 바꾸나=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줄곧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 사항도 따지고 보면 기존 틀에서 변화가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오히려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부시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지도자들과 가진 개별회담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통일된 전선’의 재건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회담 배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약간의 신축성을 보일 것을 시사했지만 이는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 뒤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기를 바라며 시간을 보낸 북한의 전략은 이제 소용없게 됐다”고 말했다.
CBS는 “부시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국제 압력”이라고 전했다.
▽미국 전문가 반응=조엘 위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내용은 전혀 새로운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가 회담 내용을 부풀려 해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놓고 한미간 평화적 해결 방식에 합의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 아니다”면서 “한국은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과장해왔으며 게다가 6자회담 방식에 대한 진전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국장은 “북한 핵은 APEC의 공식 의제도 아니었으며 APEC는 미묘한 사안을 토론하는 장도 아니다”며 “정상들이 서로 동의하는 부분만 언급한 것을 놓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전달하는 북핵 관련 메시지가 북한에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독자 행보에 대한 우려=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전략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탈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핵사찰을 허용하기도 전에 한국 정부가 북한에 더 많은 원조와 투자를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부시 대통령의 언급이 주로 노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하거나 동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한다’라고 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편 미국은 수주일 전에 북한이 두 종류의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음을 중국이 확신할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중국에 북한 핵문제에 관한 비밀자료들을 제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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