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LA 北核연설’을 보는 눈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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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북한을 겨냥한 무력행사와 봉쇄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 못한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힌 것도 적절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안 한 것만 못한’ 발언을 했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2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및 내년 1월 ‘부시 2기’ 출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미국 땅에서 문제의 연설을 했다. 미국과 북한도 발언을 주목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 또한 시기와 상대를 염두에 두고 연설을 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나치게 북한을 두둔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합리적’이라고 했다가 표현을 바꿨다. 합리적이건 일리가 있건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깬 북한의 핵개발을 노 대통령이 인정하는 듯 언급하는 것은 모순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발언과도 배치된다. 미국은 물론 북한 미사일만 해도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는 일본이 노 대통령의 말에 공감할지 의문이다.

6자회담 공전 책임을 북한에만 미룰 수는 없다. 미국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의 주장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수용할 수 없으면 반대하는 게 옳다. 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력 해결을 추구한다면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막아야 한다. 미국의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우리도 반대한다.

그렇다고 남한의 사소한 핵물질 실험까지 문제 삼는 북한에는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으면서 미국에만 이런저런 주문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 설득에 기울이는 노력만큼 북한 설득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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