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만연한 일곱가지 유령

  • 입력 2004년 11월 1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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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 한 야당의원이 국회 파행에 대해 여야를 싸잡아 비난한 뒤 “초선의원들이 나서서 국회를 배회하는 구태정치의 유령들을 몰아내고 국회를 정상화시키자”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1일 ‘국회를 배회하는 일곱가지 유령들’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들은 과연 어떤 심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까?”라고 자문한 뒤 “국회가 국민들의 분노와 조롱에서 벗어나려면 초선의원들이 초심과 정의의 정신으로 국회내 구태정치의 유령들과 전면전을 펼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 의원이 지적한 ‘일곱가지 유령’은 상쟁, 집권당의 오만, 색깔론, 반사이익만능, 지역주의, 당론우선, 관습법 유령.

고 의원은 특히 여권에 대해 “야당의 콧대를 꺾어 기 싸움에서 확실히 이겨야 한다는 ‘집권당의 오만 유령’은 국민정서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면서 “훌륭한 리더며 모범생 일수록 여유와 포용력이 있어야하는데 정부는 항상 오기를 부리고 선제공격을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획득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고 의원은 그러나 야당의 색깔론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댔다.

그는 “야당은 비판과 대안제시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얻어야하는 것이 본연의 자세인데, 실체도 없는 좌파정권, 주사파, 386애들정권, 친북반미정권 등 해묵은 ‘색깔론 유령’만 재탕하고 있다”면서 “이는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미흡하다는 자기고백일 뿐으로 감상적이고 낡은 이념집착증 환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또 ‘당론우선 유령’에 대해 “의원은 국익과 양심에 따라 활동해야 하지만 (당론을 따르지 않고)이를 지키려 했다간 이지메를 당하기 십상”이라며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사안은 되도록 늦게, 그러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데올로기적 사안은 신속하게 (당론이)내려오는 것이 보통인데, 여든 야든 초선의원들은 이 때문에 속앓이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여의도 유령 중 가장 고약한 유령은 ‘다선의원 따라서 배우기의 관습법 유령’이라며 의원들의 실태를 꼬집었다.

“17대 국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초선의원들은 하나같이 변화와 개혁을 주창했으나 어느덧 지도부나 다선의원들이 보이는 관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국회에서 상대방에게 고함치기(안치면 배신자), 여당의원은 정부 봐주고 야당은 정부조지고, 약한 상대는 마음껏 두들기고 쎈 상대는 살살 조심스럽게, 그리고 대결주의와 선동적 구호의 선봉장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고 의원은 마지막으로 “어떤 이유로도 국회가 중단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초선의원들이 나서서 예산안과 연계투쟁, 장외투쟁, 파행, 정쟁 등의 낡은 정치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초선의원들이 과거의 구태정치 유령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진화의원 “국회를 배회하는 일곱가지 유령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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