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 3정이 시속 50여km로 30t급 2층 목선에 접근했다. 해적에 납치당한 목선 안에는 인질 5명이 억류돼 있었다. 한국 해양경찰청 소속 보트 1정과 말레이시아 해경 소속 2정이 목선을 에워쌌다. 잠시 후 목선에 숨어 있던 해적들이 기관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해경특공대원 10여명이 순식간에 보트에서 목선으로 옮아 탄 뒤 해적들을 제압했다. 굉음 속에 나타난 헬기가 인질들을 모두 구출하자 해경본부에 “작전완료, 인질 무사히 구출”이란 무전이 들어왔다.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진 뒤 6분 만이었다.
한국 해양경찰청이 12일 해적의 소굴로 알려진 말라카해협 인근 랑카위 군도의 서남쪽 2km 해상에서 말레이시아 왕립경찰청 소속 해양경찰과 해상합동훈련을 가졌다.
알 카에다의 한국에 대한 해상테러를 막기 위해 양국 해경의 합동훈련이 이뤄진 것. 말라카해협은 해상범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라카해협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3개국에 인접한 길이 800여km, 너비 65∼249km 규모로 연간 5만척의 상선(연간 세계 총물동량의 25% 수준)이 이용하는 국제해협.
한국은 원유수입량의 99%, 석탄·가스류의 83%, 국내 수출입 물량의 35%를 이 해협으로 수송하고 있다. 말라카해협은 ‘한국경제의 생명선’인 셈이다.
문제는 이곳에 매년 해적 등에 의한 강력 해상범죄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
지난해의 경우 전 세계 해상범죄 445건 가운데 35%인 156건이 말라카해협을 포함한 인근 해역에서 발생했다. 또 올 상반기 전 세계 강력 해상범죄(182건)의 절반에 가까운 82건이 같은 지역에서 일어났다.
최근에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단체 ‘제마 이슬라미야’ 등이 이 지역에서 해상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양경찰청 최원이(崔元伊) 경비구난국장은 “앞으로 말레이시아와 해상합동훈련을 정기적으로 갖기로 했다”며 “내년에는 합동훈련에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랑카위=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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