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남찬순·南贊淳 동아일보 심의연구실장)이 개최한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이달 중 미국이 대북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전환기의 한미관계를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말고 국익 관점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해 달라’고 강조했다.
힐 대사는 “한국 일각에선 ‘미국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식으로 (한미관계를) 접근하려 한다”며 “그보다는 ‘대미관계에서 한국의 이해(利害)는 무엇인가. 한국의 이해를 고려할 때 대미관계를 어떻게 추구해야 하느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한국민이 반드시 반미주의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무조건 세계에 대한 위협’이란 사고를 가진 한국민이 있다면 그런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전략물자 반출 문제에 대해 “대북 문제에 관련한 한미 두 나라의 위치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한 한미간 접근 방법은 다르다”면서 “그러나 한국에 이 사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도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이어 힐 대사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을 설득하는 데 있어 중국뿐 아니라 한국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김한정 비서관이 전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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