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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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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자신이 20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2조의 ‘정부 참칭(僭稱)’ 조항 삭제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당의 보수 성향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삭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인데 기사도 제대로 읽지 않고 돌출발언이라고 한다면 대표를 하나의 얼굴 마담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대표가 특정 사안을 놓고 논의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전날(22일) 의원총회에서 수도 이전 대안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선 “구체적 내용에 이견이 있어 더 논의해서 추인받자고 했다”며 “앞으로 (당 수도이전문제 특위가 마련한 대안에 대해) 추인을 받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최근 자신의 발언을 ‘돌출발언’으로 몰아붙이는 당내 기류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요즘 내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닮아 돌출 발언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정치에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욕먹는 게 낫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자신이 제기한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한 당내 비판과 관련해 “나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는데 이를 돌출 발언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며 “야당으로서 ‘2004년 그때 뭐했느냐’는 소리를 듣지 않아야 하고, (국가 정체성 공세는) 야당의 임무”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가 이날 당내 불만 세력에 ‘일침’을 가한 것은 최근 국가보안법, 수도 이전 등을 놓고 빚어지는 당내 갈등이 자신의 리더십 부재 문제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추석 연휴 이후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권의 파상 공세에 대비해 내부 전열을 추스르기 위한 계산도 한 듯하다. 박 대표가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을 겨냥해 “그동안 정치문화 정화 차원에서 참고 지냈는데, 집권 여당 의장으로서 좀 문제의식을 가지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수도 이전에 관한 당론 확정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당 지도부를 정면 비판할 예정이었으나 이 같은 행동이 권력투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회견을 취소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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