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단체장들 냉가슴…수도이전 반대땐 公기관 유치 차질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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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당의 입장과 정부의 눈치를 양쪽으로 살피느라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국 16개 시 도 지사의 75%인 12개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야당의 ‘설움’을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 이전 문제.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가 공개적으로 정부의 수도 이전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다른 시 도 지사는 선뜻 수도 이전 반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방안이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에게 ‘당근이자 채찍’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큰 규모의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광역단체장들과의 관계에서 정부가 사실상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이달 중으로 180∼200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확정지으려 했으나 이를 연말로 미뤄놓은 상태.

인천시의 경우 지난해 송도신도시와 영종도 청라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정부의 지원이 아쉬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수도 이전 반대에 적극 앞장설 경우 정부에 ‘미운 털’이 박힐 것을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다.

이 시장과 손 지사가 함께한 ‘수도 이전 추진 중단’ 공동 선언에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이 불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은 당 지도부가 수도 이전 반대 당론을 정할 경우 “탈당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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