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얕보는 청와대 ‘오기 인사’

  •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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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성적 패러디’ 파문의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했던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한 달여 만에 국내언론비서관으로 복귀시켰다. 이쯤 되면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대로 “막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1야당의 대표를 성적으로 모독하는 패러디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해 국민의 분노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나라 망신을 사게 했던 장본인을 다시 기용했으니 야당은 물론 국민 여론도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정권이 ‘역사 바로 세우기’의 대상으로 들먹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도 이렇게 대놓고 하지는 않았다. 서슬 퍼렇던 그 시절에도 잘못이 있으면 바로잡고, 책임자는 문책해 여론을 살피는 척이라도 했다. 국민 앞에 사과까지 해놓고 한 달 만에 이를 뒤집는 식으로 ‘오기(傲氣)’를 부리지는 않았다. 이러고서도 입만 열면 ‘참여’요 ‘청산’인가.

더욱 심각한 것은 여전한 ‘코드 의식’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비판 언론을 향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했던 비서관을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중용하고, ‘노사모’의 핵심인물을 ‘청와대 브리핑’ 책임자로 내정한 것이 그 예다. 매일 대통령에게 언론보도와 그 속에 담긴 민심을 보고할 이들이 과연 그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견해까지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언로(言路)의 왜곡이 걱정된다.

“강남 사람은 서울 이익만 생각하므로 지방 균형발전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는 해도 결국 ‘강남 사람은 코드가 달라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린다.

영호남에 수도권과 비수도권도 모자라 서울시민을 강남 대 비(非)강남으로 나눌 생각이 아니라면 당연히 삼가야 할 말이었다. 이러니 대통령부터 주류 언론, 나아가 주류 세력과의 한판 승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적대감에 차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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