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韓日협정’ 문서 공개될듯

  • 입력 2004년 8월 2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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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과거사 문제로 격돌하는 요즘 외교통상부도 ‘과거사’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 문서 때문이다.

일제강점 피해자 유가족들은 정부 비밀문서 해제 시한인 30년이 되는 해인 1995년부터 문서 공개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2002년엔 대표자 99명이 행정소송까지 냈다.

반면 북한과 수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정부는 ‘대북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공개하지 말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2월 서울행정법원이 “한일협정 문건 57건 중 원고들이 국가 보상을 받는 문제와 관련될 수 있는 5건은 공개하라”며 유가족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외교부의 근심은 깊어졌다.

외교부는 즉각 항소해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일본 정부의 처지를 봐주려고 유가족의 아픔을 외면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점점 고조되는 실정이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관계자들은 광복절인 15일 “‘재임 기간 중 한일 과거사를 먼저 거론하지 않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은 희생자 제반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고, 외교부는 한일협정 문서를 즉각 공개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 직후 유족회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 청사 앞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고, 20일로 엿새째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부는 최근 일본측에 “‘문서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지면 정부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항소심에서도 정부가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문서 공개를 안 한다는 것은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다”고 말해 확정 판결 이전에 공개하는 방안도 고심 중임을 내비쳤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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