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역사왜곡 교과서 논란 재연…동북아 ‘역사전쟁’ 조짐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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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역사교과서’ 채택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아시아 침략을 ‘진출’이라고 주장하는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비판해 온 일본의 시민단체 등은 6일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수주의적 역사교과서 채택 움직임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각계에 관심을 촉구했다.

▽반대 운동=시민단체인 ‘도쿄네트워크’와 민단 산하 재일 한국청년회 중앙본부는 이날 오전 도쿄도 의회 청사에서 회견을 갖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후소샤(扶桑社) 간행 역사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아야 한다고 각계에 호소했다.

도쿄 다이토(臺東)구에 신설되는 한 도립 중고교가 내년 4월 개교를 앞두고 이달 중 중학생용 역사교과서를 채택하는데 현재 분위기로 보아 역사왜곡 교과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교과서 채택 권한을 쥔 도쿄도 교육위 위원들과 이 학교 자문단 대부분은 국수주의적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도 교육장은 최근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집회에 참석해 후소샤간 교과서 채택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불길한 조짐=주일 한국대사관과 일본 언론계 인사들은 각 공립학교가 2006∼2009년도에 사용할 역사교과서를 일제히 채택하는 내년 여름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번 도쿄도 내 학교의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 전체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전초전 성격이라는 것.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은 이번에 자신들의 교과서가 채택되면 이를 발판 삼아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보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학부모, 시민단체 등의 반대 운동으로 교과서 보급에 실패한 이 단체는 최근 극우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채택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6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의 앞길과 역사 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에는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을 비롯해 자민당 소속 지자체 의원 68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다쿠쇼쿠(拓植)대 교수도 이때 연사로 참석했다.

‘도쿄네트워크’측은 도교육위 위원들에게 채택 반대를 촉구하는 엽서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5230명의 서명을 도쿄도에 전달하기도 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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