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수도이전 11개항 盧대통령에 공개질의

  • 입력 2004년 8월 4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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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후보지 주민들 사이에서 청와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충남 연기군 남면. - 연기 연합
신행정수도 후보지 주민들 사이에서 청와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충남 연기군 남면. - 연기 연합
한나라당이 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수도 이전 계획의 문제점을 11개 항목에 걸쳐 지적하고 수도 이전 관련 행정절차의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전달하면서 수도 이전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은 질의서에서 “수도 이전 추진에 따른 국론 분열이 심각하므로 최소한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특별조치법’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라도 행정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수도 이전 타당성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행정절차를 중단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해당 법률이 무효가 되는 게 아니므로 정부는 이미 결정된 법률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또 질의서를 통해 “지금은 누구도 수도 이전에 따른 정치적 외교적 안보적 경제적 효과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만큼 과학적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춘희(李春熙)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 부단장은 “정부가 지금까지 신행정수도건설과 관련해 제시한 자료들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연구해 내놓은 결과물”이라며 “다시 연구해 크게 바꿀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부가 수도 이전 추진의 첫 번째 목표로 꼽고 있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 이전시 수도권의 인구비중 감소율은 2003년에 비해 0.6%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주요쟁점▼

○수도권 인구과밀 해소여부

野: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연구기관에선 수도 이전이 수도권 인구 감소와 연결될 것이라는 데 대해 회의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또 정부의 방침대로 수도 이전 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수도권에 대한 투자와 인구증가는 불가피하다.

與: 기존 수도권 인구 50만명이 신 행정수도로 이전할 뿐 아니라 매년 약 20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유입 인구가 감소하는 등 인구분산효과가 예상된다. 또 영남권은 72만명, 호남권은 34만명의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수도권 확장 논란

野: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은 사실상 수도권의 외연 확장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과 충청권이 합쳐지면서 수도권 과밀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수도 이전의 건설투자 파급 효과가 충청권과 수도권에만 80% 이상 집중될 것이다.

與: 서울의 통근통학권은 서울시청에서 80km 이내인데 연기-공주는 120km나 떨어져 있다. 신행정수도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엄격히 관리되며 수도권의 연장이 아니라 별개의 ‘신행정수도권’으로 육성된다.

○수도-충청권과 다른 지역 간 불균형 문제

野: 다른 지역 경제활동 인구가 충청권으로 흡수되는 ‘블랙홀 현상’이 예상된다. 국토연구원도 수도 이전 완료 후 수도권 전남 경남 지역의 연간 총 생산액이 각각 4조 4000억, 1553억, 1524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與: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수도권에 있는 180여개의 공공기관이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비충청권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각 지방이 골고루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영호남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의 교통 혼잡 및 환경오염 해소

野: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수도 이전 후 수도권과 전국의 통행시간은 현재와 비교해 각각 164%, 112% 증가한다. 서울과 신수도 사이의 장거리 교통량이 늘고, 오염배출량도 이에 비례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與: 수도권과 충청권의 통행량은 증가하지만 수도권 내부 및 수도권과 비충청권의 통행량이 감소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연간 1조1000억원의 교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류비용을 포함한 경제 사회적 기회 손실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국가경쟁력 제고 여부

野: 세계화는 국가 간 경쟁이 아닌 대도시 간 경쟁체제다. 300조원에 달한다는 서울의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보완 프로그램은 있나. 또 수도 이전 후 10년 간 경제성장률이 매년 1%포인트씩 떨어질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與: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서울은 금융비즈니스 도시, 인천은 동북아 물류중심 도시로 성장하고 경기도는 정보기술(IT) 중심 산업, 강원도는 바이오산업, 호남은 대체에너지 산업, 영남은 지식기반기계 산업 등이 집중 육성된다.

○이전 비용 문제

野: 한나라당이 연구를 의뢰한 현직 대학교수 중심의 민간전문가 그룹은 비용을 120조 이상으로 예측했다. 경부고속철과 새만금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각각 3.2배, 2.4배 증가한 것을 봐도 수도 이전에 들어갈 비용은 엄청나게 늘 것이다.

與: 신행정수도 건설에는 수도권 신도시 건설보다 적은 45조6000억원이 들 뿐이며 이 중 민간 투자를 빼고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1조3000억원이다. 정부 부담액도 2007년부터 2030년 사이에 나눠 쓰게 돼 큰 문제가 없다.

○외교 안보상 영향 평가

野: 전쟁 지휘부가 남하할 경우 현 수도권 방위의 핵심 개념인 ‘힘의 중심부’(Center of Gravity) 전략이 후퇴해 휴전체제의 안정성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외교 안보 당국 및 미국과 협의가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與: 수도권은 전쟁의 성패를 결정짓는 전략적 중심이다. 국방지휘부만 후방으로 이전할 뿐 최후의 저지선으로서의 수도권 방위전략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한미 연합 방어태세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통일수도에 대한 고려

野: 통일수도의 입지 문제는 한반도 정세 변화나 남북간 합의에 의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수도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엄청난 사회 경제적 자원의 낭비가 초래된다. 책임있는 정부라면 반드시 극단적인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與: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 한반도 통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그때까지 과밀화 해결을 손놓고 있을 수 없다. 남과 북이 통합하기로 하더라도 두 집 살림을 바로 합칠 수 없다. 따라서 통일수도는 우리가 아닌 다음 세대의 몫이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

野: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50% 넘는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수도 이전 행정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내 갈 길은 간다’는 식으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통합을 해친다.

與: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존중한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심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정부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게 있으면 대응할 것이다.

○국회의 이전 기관에 대한 검증 여부

野: 국회의 검증을 거쳐 국가경쟁력과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들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 수도 이전은 정책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어설픈 계획을 밀어붙이면 국민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與: 헌법기관인 국회와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이전 여부는 이들 기관의 자체 결정에 따르게 된다. 이들 헌법기관이 이전을 결정하고 국회가 동의하면 정부는 이들의 이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것이다.

○서울의 상징성과 정통성

野: 서울을 차지하는 세력이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서울의 상징성’을 포기하려는 이유는 뭔가. 고구려나 백제가 외세에 눌려 4번씩 남쪽으로 천도를 했다는 나쁜 상징성을 굳이 북한과의 이념대결 시점에서 재연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與: 행정 기능만 옮겨가고 서울의 경제 문화 교육 등의 기능은 그대로 남는다. 미국의 행정수도가 워싱턴으로 옮겨갔으나 경제의 중심이며 국제화된 도시는 뉴욕인 것처럼 한국의 대표 도시는 여전히 서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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