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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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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金成萬·해군 중장·해사 25기) 해군작전사령관이 14일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당시 ‘상급 부대의 경고사격 중지 명령’을 우려해 북의 핫라인 호출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파문의 확산을 우려한 국방부는 뒤늦게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야전부대의 군 수뇌부 불신=23일 정부합동조사단(단장 국방부 박정조 동원국장·육군 소장)은 김 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실무자들의 보고 누락 이유를 “북의 호출을 기만전술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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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현장의 ‘판단 착오’였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24일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해작사령관이 합참 등 상급 부대에서 ‘경고사격을 중지하라’고 할까봐 보고를 안했다”고 발언했다.
즉 야전부대 사령관이 서해 핫라인과 관련해 합참 등 상급 부대의 판단을 믿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참이 북의 핫라인 호출 사실을 알게 되면 남북관계를 고려해 경고사격을 막을 것이고 북 경비정이 계속 NLL 남쪽으로 내려오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북의 NLL 허용 구역을 늘려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 또 북 경비정에 경고방송만 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유사시 해군 장병들이 서해교전 때처럼 북한 경비정의 선제공격을 받게 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었다. 해군 관계자들은 “NLL을 사수해도 다치고, 사수 못해도 다친다”고 자조하고 있다.
지난달 4일 남북장성급회담에서 서해 핫라인 개통이 합의됐을 때부터 해군은 핫라인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장성급회담 합의 다음날인 지난달 5일 정부가 북한에 △쌀 40만t 차관 형식 제공 △개성공단에 전력 상업방식 제공 △남측 문산∼개성공단간 광통신망 설치 등을 약속하자 군 내부에선 “북이 핫라인을 합의해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즉 군사적 측면에서 핫라인을 불신한 야전부대가 결국 남북관계 등 정치적 측면을 고려한 군 수뇌부에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또 다른 보고 누락=이 과정에서 북의 핫라인뿐 아니라 또 다른 보고 누락 사실도 확인됐다.
국방부는 25일 “남북장성급회담 합의 이후 해작사령관이 2함대사령관에게 경고사격 직전 자신에게 사격 승인을 받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14일 사격명령 지시도 해작사령관이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작사와 2함대사간의 이 같은 지시와 복종은 남북장성급회담 합의 이후 한 달 반 동안 합참에 보고되지 않았다.
더욱이 경고 사격의 최종 명령권자는 해작사령관이 아니라 2함대사령관이다. 2함대사령관은 이 같은 부당한 지시를 거역하지 않았고 순순히 따랐다.
국방부 남대연 공보관은 “해작사령관이 서해상의 우발적 충돌 상황이 발생할 때 신중히 대처하기 위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일각에선 핫라인에 대한 해군 전체의 반감과 책임 회피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국방부는 사격 승인 지시에 대한 조사나 징계를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
▽사건의 축소 의혹=군의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합조단은 23일 언론 발표 당시 이 사건을 ‘과실’로 평가했지만 조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과실이 아닌 ‘심각한 군기 위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25일 국방부는 브리핑을 통해 “합조단의 종합 판단은 ‘고의적인’ 보고 누락”이라고 말을 바꿨다.
해작사령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실시된 합조단의 추가 조사에서 ‘경고사격 중지 우려’를 언급했던 사실도 23일 언론 발표에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남대연 공보관은 25일 브리핑에서 합조단 발표 당시 언론에서 추가 조사에 따른 새 조사 내용을 질문했던 사실조차 부인했다. ▽국방부 향후 대책=국방부는 25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무 기강 및 보고체계를 확립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최초 상황보고는 ‘발생부대’에서 ‘2단계 상급부대’까지 보고키로 했다.
또 특수정보(SI)의 유통체계도 개선해 특수정보부대의 SI 정보를 보고서 또는 대면보고 등을 통해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남북장성급회담 합의 정신에 대한 일선 지휘관들의 이해를 높이고 북한 함정의 NLL 월선과 도발 상황별 대응을 포함한 모의훈련도 실시키로 했다. 이는 이번 사건이 남북장성급회담에 대한 이해 부족과 상황 대비 부족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군의 서로 다른 진술 | 내용 | 정부 합동조사단 언론발표(7월 23일) | 조영길 국방부장관 국회 발언(7월 24일) | 국방부 해명브리핑(7월 25일) |
| 해군작전사령관의 보고누락 이유 | 북의 기만전술로 판단 | -북의 기만전술로 판단 -합동참모본부에 보고 시 경고사격중지 명령을 우려 -언론에서 경고사격의 부당성 제기 우려 | 사격중지명령 우려와 언론보도 우려 발언은 해작사령관의 독자판단이라 발표하지 않아 |
| 해작사령관이 2함대사령관에게 ‘경고사격 전 승인 받아라’ 지시 | 해작사는 위임된 권한 범위 내에서 판단. 사격승인 지시는 미발표 | 별도 발언 없음 | 남북장성급회담 이후 이뤄진 지시로 사격명령권은 2함대사령관이 갖고 있음. 해작사령관의 잘못된 지시 |
| 대통령의 추가조사지시 후 새로 나온 사실 | -당초 문책대상이었던 해작사 작전참모는 사령관의 보고 누락지시를 받았을 뿐 -정보본부 관련과장의 보고누락 사실 확인 | 별도 발언 없음 | 해작사령관, ‘사격중지명령우려’ ‘언론보도우려’ 등을 추가조사 때 언급. 이부분의 질문이 없었음(실제는 있었음) |
| 보고누락 사건의 성격 | 판단 잘못에 따른 중대한 과실 | 심각한 군기 위반 사안 | 고의적으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중대사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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