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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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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있는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의 기자간담회(11일) 동영상을 살펴봤다.
“답답하다”는 말을 여섯 차례 반복한 김 실장의 발언 요지는 이랬다.
“참여정부의 꿈은 동북아 중심 국가이고, 수도 이전은 국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이는 대통령이 1990년대 초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10년 이상 천착해 온 것이다. 대통령 후보가 된 뒤 첫 회의에서 이를 거론할 만큼 확신이 있었다. 졸속 추진이 아니라 졸속 반대다. 공개토론회도 24회 열었다.”
김 실장은 수도 이전 반대에 대해 “대선 결과에 대한 불인정”이라고도 했다. 그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정책 배경에 대한 그의 설명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갑갑증’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오랜 고뇌 끝에 나온 정책이 지지를 못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깊은 고뇌를 했다는 것과 타당성은 별개의 문제다.
한겨레가 12일 보도한 여론조사(성인남녀 1000명)에서 수도 이전 반대가 55.3%로 찬성(37.9%)보다 높았다. 특히 그 이유가 주목할 만하다. 반대하는 이들의 81.7%가 ‘충분한 검토나 국민합의를 거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동아일보의 7일자 여론조사(성인남녀 2000명)에서도 반대가 51%였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59.3%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여론은 청와대의 뜻과 다른 것이다. 이게 비판언론 탓인가. 그보다는 서울 여의도 ‘거대 빌딩의 방송사’들이나 ‘서프라이즈’ 등 인터넷 매체의 ‘성원’에도 반대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를 헤아려봐야 하지 않겠는가.
청와대는 다시 비판언론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갑갑증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브리핑은 갑갑증의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청와대 브리핑은 1977년 2월 임시행정수도 구상 발표 때 여러 문제점을 짚은 동아일보 기사를 왜곡해 비방했다. 동아일보가 그 비방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청와대 브리핑은 당시 기사를 거두절미해 ‘왜곡 브리핑’을 다시 내보냈다. 동아일보 기사의 사실 여부를 따져보는 내부 스크린 기능도 없는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를 성적으로 비하한 패러디를 한나절 넘게 청와대 홈페이지에 ‘보란 듯이’ 올려놓은 것도 단순 실수로만 보이지 않는다.
정작 갑갑한 것은 청와대나 언론이 아니라 국민이다. 울산 MBC의 한 부장이나 대전에 사는 한 중견 공무원은 “수도 이전은 추진해 볼 만한 정책이지만 이로 인해 여론이 갈라지도록 하는 국정 운영의 미숙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여론의 갑갑증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갑갑증만 풀려고 할 게 아니다. 왜 청와대 홍보시스템이 소통 기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설득의 기구인 언론을 대립의 상대로 밀어붙이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국민과 언론, 청와대의 갑갑증이 확 풀린다면 누가 ‘청와대와의 춤’을 마다하겠는가.
허엽 문화부 차장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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