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심의원 로비의혹]열린우리 “도덕성마저 무너지나”

  • 입력 2004년 7월 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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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종석 대변인(가운데) 등과 장복심 의원 비례대표 선정 관련 금품 로비 의혹 등 잇단 악재를 타개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연합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임종석 대변인(가운데) 등과 장복심 의원 비례대표 선정 관련 금품 로비 의혹 등 잇단 악재를 타개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연합
열린우리당 장복심(張福心) 의원의 비례대표 선정 로비 의혹(본보 2일자 A1·5면)이 보도되자 2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4·15총선을 앞두고 ‘투명한 비례대표 선정’을 강조했던 만큼 이번 금품 제공 스캔들이 당 지지율 추락과 도덕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총선 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이러다가 당이 풍비박산나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의원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본보가 영문 이니셜로 금품 수수 정치인들을 보도하자 같은 이니셜을 쓰는 일부 의원에게서 “도대체 누구냐. 나는 아니겠지”라는 문의가 쇄도했고 한 의원은 본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장 의원이 몇 차례 돈을 들고 와 호통을 쳐 돌려보낸 일은 있다. 나는 절대 받지 않았다”고 자진 해명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장 의원을 보호할 수도 내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일각에선 열린우리당이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이번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알고 있는 장 의원이 거세게 반발하면 새로운 ‘치부’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당 지도부로서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장 의원의 금품 로비 의혹이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의 총체적인 도덕성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데 당 지도부는 공감하고 있다. 자칫 당의 존립 근거까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이 비상대책회의 후 브리핑에서 “장 의원의 해명을 수용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라면서도 “금품 제공을 비례대표 선정과 관련된 로비라고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 당의 비례대표 선정 시스템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럼에도 이번 금품 로비 의혹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여성 비례대표 후보 자리를 놓고 지난해 말부터 당내에서 금품살포설이 파다하게 나도는 등 일부 혼탁, 과열 양상을 보였다는 것은 당 관계자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장 의원이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거액 로비설’의 진위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당 지도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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